자기 추천인사 감사위원으로… 조건부 제시이사회 거절하자 재차 주주제안으로거취 불분명… 경영권 분쟁 불씨 그대로
  • ▲ 조현식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앤컴퍼니
    ▲ 조현식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한국앤컴퍼니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회장과 등기이사, 이사회 의장으로서 거취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제안하는 주주서한에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 같은 결정이 또 다른 분쟁의 시작일 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대표는 지난 24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공개한 서한에서 “지난 5일 이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제안하는 서한을 이사회에 제출했다”며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고자 사임 의사를 밝힌다”면서 “창업주 후손이자 회사의 대주주들이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는 사실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조 대표가 6개월여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아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먼저 조 대표가 부회장과 등기이사,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려놓을지 아직 불투명하다. 법률대리인은 “앞으로 대주주로로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는 모호한 입장만 표명하고 있다. 만약 그가 대표직만 사임할 경우 언제든 다시 조현범 사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조 대표는 사임 의사를 밝힌 지난 24일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 업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본인이 속한 회사를 등지고 법률대리인 입을 빌려 입장을 밝힌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제안하는 안건은 이미 이사회에서 한 차례 의견거절이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대표직을 걸고 이 교수의 선임을 밀어붙이면서 이사회를 등한시하고 주주와의 소통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돌연 서한으로 갈등을 드러냄으로써 주주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지난 24일 19.20%(4300원) 급락한 1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와 다른 본인만의 제안을 내놓고 표결에 붙이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며 “이는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장외로 나와 이 교수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지지 세력을 모집해 대결을 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조 대표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 볼 때 한국앤컴퍼니에 경영권 분쟁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 교수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건을 포함한 주주총회 안건을 최종 결정한다. 만약 조 대표의 제안은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주주제안으로 상정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앤컴퍼니는 조현식·조현범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분은 조현범 사장(42.90%) 조현식 부회장(19.32%) 차녀 조희원 씨(10.82%) 국민연금(5.21%) 등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조현범 사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이 보유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체(23.59%)를 양도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