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금감원장 퇴진요구 기자회견MBK파트너스 사외이사 활동하며 거수기 역할로 후한 보수 챙겨 채용비리로 집행 유예받은 조 회장 연임에 침묵한 배경 추궁
  •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뉴데일리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뉴데일리

    금감원 노조가 오는 5월 7일 임기만료를 앞둔 윤석헌 원장에게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사 파행으로 촉발된 금감원 내부의 불만이 퇴진 요구로까지 확대된 것.

    금융감독원 노조는 3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윤석헌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5일까지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윤 원장은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대표적 투기자본인 MBK파트너스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입으로는 소비자 보호를 외치면서 고금리 대출로 악명이 높았던 HK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것. 노동이사제를 주장하는 사람이 정리해고 압박으로 임산부를 실신시킨 ING생명의 사외이사를 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노조는 “윤 원장은 참석한 이사회에서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고,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도 그를 후하게 대우해줬다”며 “윤 원장은 씨티은행에서 7년간(2001.1월~2008.3월) 사외이사를 하면서 총 4억6000여만원을 받았는데 2004년 한 해에만 2억400만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감원 노조는 윤석헌 원장이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의 연임문제에 침묵한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금감원 노조는 “조용병 회장은 작년 1월 채용비리로 유죄선고(집행유예)를 받고도 연임에 성공했는데, 윤 원장은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며 “금융회사와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종합검사를 부활시킨 윤 원장이 지주회장의 뻔뻔한 행태에 침묵했다”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금감원 노조는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이 불필요한 보험사를 웃돈을 주고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으로부터 사줬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

    금감원 노조는 “조용병 회장이 MBK파트너스로부터 ING생명을 사줬기 때문이냐”며 “신한지주는 MBK파트너스 보유지분은 주당 4만7400원에 현금으로 매입했지만 소액주주에게는 주당 2만8200원을 기준으로 신한지주 주식과 교환해 논란을 일으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일로 소액주주들이 청와대 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평소 소비자보호를 외쳤는데 ING생명 소액주주들을 위해 신한지주와 MBK파트너스 간 거래의 적정성을 조사할 용의가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또 금감원 노조는 윤 원장이 정치 철새라고 비난했다.

    금감원 노조는 “윤 원장은 감투를 쓰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정치철새, 폴리페서에 불과하다”며 “문재인 정권의 대척점에 있는 이명박 정권에서 국민경제자문위원, 한국거래소 사외이사,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장을 역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부당한 권력남용에는 침묵했고, 오히려 한국거래소 직원에 대한 임금 및 복지 삭감에는 보수위원회 위원으로 앞장섰다”며 “그가 그토록 비난했던 관료의 행태가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만화 자서전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 전 대표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민주당 20년'이라는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그 자리에는 당시 대권지지율 1위인 이낙연 현 민주당 대표도 참석했다.

    이를 두고 금감원 노조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절대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고 성토했다.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올해 초 돌연 이재명 경기지사를 만났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금감원 노조는 “임기 1년 연장이 아니라 다음 정권에서도 살아남아 앞으로 3년간 더 금감원장으로 행세하고 싶은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74세인 윤석헌 원장이 스스로 연임론을 피우는 것은 노욕을 넘어 노망에 가깝다”며 “이번 인사 참사도 3년 연임을 위한 큰 그림에서 나온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처럼 인사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휘둘렀던 원장으로는 국회의원 아들 채용비리를 지시한 최수현 전 원장이 있었다. 최수현 전 원장은 지금까지 역대 최악의 원장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윤석헌 원장은 자신이 그토록 비판했던 관료의 문제를 똑같이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역대 금융감독원장 13명 중에 연임한 사람은 없었다. 임기를 채운 사람도 윤증현, 김종창 원장으로 단 2명에 불과하다.

    금감원 노조는 “윤증현 전 원장은 카드 대란 뒷수습을 했던 공적이 있었고, 김종창 전 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 뒷수습을 했던 성과를 냈던 분들”이라며 “윤 원장은 어떤 성과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능력과 도덕성이 관료출신보다 못하다”며 “권력에 취해 조직을 망치게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정기인사에서 윤 원장은 여러 건의 채용비리에 가담한 김 모 수석을 팀장으로 승진시켰다.

    금감원 노조는 “김 팀장 등이 저지른 채용비리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아직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김 모 팀장 등이 가담한 채용비리로 억울하게 탈락한 피해자들이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금감원은 총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므로, 채용비리로 인해 지급한 손해배상금은 결국 금융회사가 지급한 것”이라며 “제대로 된 금감원장이라면 즉시 채용비리 연루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손해배상금을 회수하고 금융회사에 돌려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