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원고 청구 2년 만에 기각…금융권 첫 임피제 무효소송 판결노조 “의외의 판결, 항소‧상고까지 불사 각오”…청구금만 최대 800억다수 노조 동의로 임금 삭감돼 vs 당사자 동의 없어, 임금 삭감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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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산업은행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 무효 임금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인 금융권 제2노조를 중심으로 한 은행권의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산업은행 직원(1961년생~1964년생) 168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피제 무효 임금청구를 기각했다. 금융권 임피제 무효소송의 첫 번째 판결로 소를 제기한지 2년 만이다.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는 “의외의 판결이 나왔다”며 곧바로 항소한다는 입장이다. 

    이 소송은 2019년 4월 노조가 임피제로 인해 지급받지 못한 나머지 임금을 돌려달라며 제기됐다. 

    임피제는 노동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의 시행에 따라 2016년부터 도입됐다. 만 55~57세 이후 만 60세 정년까지 연봉을 일정 비율로 낮추는 제도다. 

    정년연장에 따라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청년채용 확대를 위해 정년을 앞둔 50대 중‧후반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주로 노동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를 받아 임피제가 시행됐는데 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다수 노조에서 단체협약을 별도로 만들어 임피제를 도입, 임금을 삭감했다. 임피제 도입에 과반수노조나 근로자 과반수가 동의했으니 그에 따라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는 게 사측의 논리다. 

    그러나 직원들은 임피제 도입 당시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직원(주로 50세 이상)들의 의사 없이 다수 노조와 은행 간 합의로 임피제를 적용해 임금을 삭감했다며 사측과 충돌했다. 

    김성렬 산업은행 시니어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근로자의 의견청취나 노사 간의 임금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피제를 적용한 것으로 근로조건 자율결정원칙 침해에 해당한다”며 “임피제와 관련된 단체협약과 취업규정, 고용계약 등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해당 직원들이 정년 60세 보장 시행 직전에 받았던 임금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는 법적 근거나 계약상 근거가 없다며 임피제는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임피제 무효 여부와 함께 임금 미지급액(청구액)과 그 판단 기준도 주요 쟁점이다. 

    산은 노조는 임피제가 무효라는 전제 하에 제도 시행 기간 동안에 받았던 임금(실수령액)에 대한 500%(5년치 임금)를 계산한 후에 그 금액에서 실제로 수령한 임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미지급금으로 보고 이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사측의 미지급 임금액이 최소 600억원에서 최대 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사측은 당시 직원들이 수령한 임금에는 기타근로소득과 직무급 등 굴절률이 적용되지 않은 임금이 있으므로 실수령임금 전체에 대해 일률적으로 500%를 계산하는 것으로 잘못됐는 주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제도시행 직전에 받았던 임금에는 기본급과 직책급, 성과급 등이 있는데 직책급은 특정한 직위(팀장, 파트장, 부장)가 부여된 자들에게만 지급되는 임금이고, 성과급은 직책급에 비례해 지급된다”며 “제도 시행 직전에 부여받았던 직위를 5년 내내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양측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향후 항소심에서 임피제 무효와 함께 임금 미지급액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국책은행에 이어 시중은행도 임피제로 깎인 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2019년 4월 산업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씨티은행, 최근에는 기업은행도 합세했다. 

    작년 하반기 출범한 50세 이상의 직원들이 주축이 된 '제2금융노조(50+금융노동조합 연대회의)'까지 가세하면서 소송 규모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측이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임피제를 도입했더라도 해당 근로자가 임피제와 관련된 취업규칙 변경에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이면 개별적 동의 없이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존재한다”며 “갈수록 금융권 임피제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관련 소송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