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인세율 국제공조' 제안에… 기재차관 "기업 경쟁력 고려해 신중 검토""'구글세' 최저한세 도입과 같은 맥락"… 韓 이미 높은 수준 큰 의미 없어
  •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 대기업 몰린 도심.ⓒ연합뉴스
    재정당국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글로벌 법인세 인상 공조 발언과 관련해 발언 취지와 방법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당국은 실무선에서 파악한 바로는 소위 '구글세'로 불리는 디지털세 도입 방안의 하나로 논의되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필라2·Pillar 2)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고 부연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옐런 미 재무장관의 법인세율 인상 발언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발언의) 취지와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다국적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논의 과정에서 나온 필라2 등 기존 논의 하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미국이 독자적으로 새로운 어젠다를 추진하는 것인지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미 조세당국과 실무채널을 가동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디지털세 '필라2'의 논의과정과 같은 맥락에서 얘기하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덧붙였다.

    OECD는 디지털세 도입 방안을 논의 중이며 청사진으로 필라1·2를 제시한 상태다. 필라1은 일정 규모 이상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이익 일부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것이다. 필라2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OECD는 필라2에서 법인세율 하한선을 12%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천문학적인 비용(2조250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린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다시 올려 재원을 마련한다는 복안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에서의 연설을 통해 "30년간 이어진 법인세 '바닥 경쟁'을 멈춰야 한다"며 "각국의 법인세율 하한선을 정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법인세를 올릴 경우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꺼려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분석한다.
  • ▲ 브리핑하는 기재1차관.ⓒ연합뉴스
    ▲ 브리핑하는 기재1차관.ⓒ연합뉴스
    이 차관은 한국도 법인세율을 올리겠느냐는 질문에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 경쟁력과 투자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할 사항이라는 원칙론적인 말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원론적인 답변이 말치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 들어 이미 법인세를 적잖이 올린 상황에서 하한선을 두자는 제안은 정부 입장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는 국제 조세경쟁에 강하게 노출돼 있어 (바이든 행정부 생각처럼) 쉽게 올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대부분 국가는 자국 기업이나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유리하게 (세율을) 낮춰 일자리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이미 법인세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없다"면서 "글로벌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