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영업이익 각 12.3%, 28.0% 감소… 코로나19·경쟁강화 원인순이익 41.7% 감소한 1600억원에도 현금 배당은 4000억원 규모AB인베브 막대한 부채규모 부담… 3년간 오비맥주 1.5조원 회수
  • 오비맥주가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배당을 단행했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배당 규모는 4000억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16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경쟁사의 신제품 맥주 출시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3년째 배당잔치가 벌어진 셈이다. 

    여기에는 최대주주인 AB인베브의 자금사정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맥주시장 1위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은 면치 못했다. 

    지난해 오비맥주의 매출은 1조3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0% 줄었고 순이익은 1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7%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유흥업소 등의 영업이 중단되면서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 주효했지만 치열해지는 맥주 시장의 경쟁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테라’ 등 신제품이 흥행하면서 이에 따른 매출과 수익성이 영향을 받은 것.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맥주부문 매출은 8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405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오비맥주의 고배당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중간배당으로 총 4000억원의 현금을 배당했다. 지난해 순이익의 150.0% 규모다. 오비맥주가 한 해 동안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이익의 두 배 이상을 배당한 셈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진다. 오비맥주는 지난 2018년부터 고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오비맥주의 최대주주인 Budweiser Brewing (Korea Holdings) Limited는 2018년 유상감자로 3480억원을 회수한 데 이어 같은해 3450억원을 현금배당으로 받아갔고 이듬해인 2019년현금배당으로 4390억원을 받아갔다. 

    이어 지난해 4000억원의 현금배당으로 3년간 오비맥주로부터 총 1조5320억원을 챙겼다. 지난 2014년 오비맥주를 인수할 당시6조1680억원 중 24.8%를 3년만에 회수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오비맥주의 이익잉여금은 2019년 초 1조9453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조2267억원으로 감소했다. 

    여기에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AB인베브의 자금 사정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B인베브는 세계 1위 맥주기업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생긴 막대한 부채로 골치를 앓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세계 2위 맥주기업인 사브밀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차입금 규모는 2019년 기준 124조원(1060억달러)까지 늘었다. 지난해 10조원(90억달러) 이상을 상환하면서 작년 말 기준 부채는 93조원(827억달러)으로 감소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부진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오비맥주가 매출과 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배당금을 책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비맥주가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비맥주의 지난해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93억원으로 전년의 -532억원에 비해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이는 통상적으로 투자 감소가 원인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AB인베브 본사도 재무적으로 난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비맥주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올해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올뉴카스’, ‘한맥’ 등으로 가정 시장 공략에 힘 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