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대표, 15일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중간지주사 전환 방향 설명... 최태원 회장 지배력 강화
  •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에 대한 윤곽이 이번주 내로 드러날 전망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오는 15일 전후로 내부 타운홀 미팅을 열고, 중간 지주사 설립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설명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날 SK텔레콤을 '투자회사(중간지주사, 신설법인)'와 '이동통신사업회사(MNO, 존속법인)'로 인적분할하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동통신사업회사가 본업인 통신 자회사로 편입되고, 투자회사가 SK하이닉스·SK브로드밴드·11번가 등을 거느리는 구조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을 수 있다. SK텔레콤 지분 26.8%를 보유하고 있는 SK㈜ 주주들은 투자회사, 이동통신사업회사 둘다 지분을 갖게 된다. 인적분할를 통해 주주 가치를 상승시키고,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격상키겠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SK㈜→SK텔레콤→SK하이닉스 형태다.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격으로,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제약이 많았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M&A를 진행할 경우 피인수 기업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지분 20.1%)로, 중간지주사 전환시 SK하이닉스는 자회사로 바뀐다. 그간 제약이 많았던 M&A 및 반도체 중심의 다양한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박 대표는 중간지주사 전환을 숙원 사업으로 꼽고, 임기 내 완료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물적분할 시나리오도 거론됐으나, SK하이닉스의 추가 지분을 충당하기 위한 재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자회사 지분율이 현재의 20%에서 30%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즉 SK텔레콤이 물적분할시 SK하이닉스 지분율 약 10%(약 9조원)를 추가로 확보해야 되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전인 올해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의 적기라는 분석이 높았다. 통상 중간지주사 전환에 6개월 가량 소요된다. 지난해 말 최 회장이 박 대표를 SK하이닉스 부회장직을 함께 겸직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박 대표는 앞서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SK텔레콤을 이끌어온 박 대표는 중간지주사 전환 의지를 줄곧 피력해 왔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자회사들의 가치를 끌어올려 최대주주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SK㈜가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포함시켜 최 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전환 이후 SK㈜가 SK텔레콤 투자회사와 합병을 추진할 경우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둘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이 배당금을 직접 받을 수 있는데다가, SK㈜가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인적분할로 투자자는 안정적 배당 수익과 ICT 사업의 성장을 동시에 흡수할 수 있게 된다"며 "저평가된 SK텔레콤의 자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주주 가치가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