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보 개방 관측결과 공개… 금강·영산강 중심으로 녹조 감소저층빈산소 발생 빈도 줄고…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종 돌아와같은 수계 내에서도 수질지표 들쑥날쑥… BOD·TP 등은 더 악화전문가 "오염물질 유입 그대로인데… 보 없앤다고 수질개선 안돼"
  • ▲ 녹조 낀 창녕함안보.ⓒ연합뉴스
    ▲ 녹조 낀 창녕함안보.ⓒ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가 녹조 개선 등을 들어 4대강 보(洑) 개방이후 하천 수질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영양화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질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인(P) 함량은 보 개방이후 오히려 치솟아 수질이 악화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리면서 통계를 왜곡해 견강부회(牽强附會)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 혼란을 막아야 할 환경부가 되레 부추기는 모습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13일 금강·영산강·낙동강 등에서 개방한 11개 보를 2017년 6월부터 지난해말까지 지켜본 결과를 공개했다. 참고로 보마다 개방일수는 천차만별이다. 금강 세종보는 완전 개방 일수가 1072일로 가장 길었고, 낙동강 구미보·달성보는 각각 7일에 불과했다.

    환경부는 수질의 경우 녹조(유해 남조류)가 금강·영산강을 중심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2019년 관측결과를 기상조건이 유사했던 2013~2017년과 비교한 결과 금강은 녹조가 95%, 영산강은 97% 각각 감소했다. 환경부는 보 개방으로 물이 머무는 시간이 최대 88% 짧아지고 물살은 최대 813% 빨라지면서 물흐름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강의 경우 모든 보에서 녹조가 개선된 것은 아니다. 백제보의 경우 엽록소의 하나로 녹조를 보여주는 클로로필-에이(Chl-a) 농도가 개방 전(2013~2016년) 42.8㎎/㎥에서 개방 후(2018~2020년) 46.6㎎/㎥로 9%쯤 악화했다. 같은 수계에서도 보별로 차이가 나는 셈이다.

    영산강도 비슷하다. 승촌보·죽산보에서 클로로필a 값이 악화했다. 승촌보는 개방 전 42.9㎎/㎥에서 개방 후 55.6㎎/㎥로 30%, 죽산보는 36.7㎎/㎥에서 60.6㎎/㎥로 65%나 치솟았다.
  • ▲ 수계 평균 여름철(6∼9월) 유해남조류세포수(cells/㎖) 변화 추이.ⓒ환경부
    ▲ 수계 평균 여름철(6∼9월) 유해남조류세포수(cells/㎖) 변화 추이.ⓒ환경부
    저층빈산소(저층 산소 부족)는 보 개방 후 발생하지 않거나 빈도가 줄었다. 저층빈산소는 용존산소가 ℓ당 2㎎ 이하인 상태를 말한다. 하천 저층에 용존산소가 부족하면 수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완전 개방 시기에 저층빈산소가 관측되지 않았다. 낙동강 하류 달성·합천창녕보에서도 부분 개방 후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금강 세종·공주보에서는 보 개방 이전에도 저층빈산소가 발생하지 않았고, 환경부가 예로 든 백제보도 해마다 발생현황이 들쑥날쑥했다. 환경부는 백제보의 경우 부분 개방했던 2018년과 2019년 각각 2회와 1회 저층빈산소가 발생했으나 2019년 완전 개방한 이후 발생하지 않았다며 보 개방 효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백제보는 보 개방 이전인 2015년과 2017년에 저층빈산소가 발생하지 않았고, 2016년에는 1회 발생했다. 오히려 보를 부분 개방한 2018년 저층빈산소가 2회 발생하며 빈도가 높아졌다.

    영산강 승촌보는 2018년 완전 개방했을 때 환경부 설명대로 저층빈산소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2019년과 지난해 부분 개방했을 때는 각각 3회와 1회 발생했다. 비교시점인 2015~2017년에는 6~7회 발생했다. 즉 발생빈도가 줄어든 건 맞지만, 보를 개방한 뒤에도 저층빈산소는 발생했다. 같은 영산강 죽산보를 보면 이는 더 확연해진다. 죽산보는 2015년 8회, 2016년 4회 저층빈산소가 관측됐다. 보를 부분 개방한 2017년에는 3회, 2018년 5회, 2019년에는 6회가 발생했다.

    이런 현상은 낙동강 강정고령보도 마찬가지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보를 개방했더니 지표가 개선됐다면 왜 낙동강과 영산강에선 되레 늘어나기도 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따져 물었다.
  • ▲ 저층빈산소 현상 발생 횟수(2015∼2020).ⓒ환경부
    ▲ 저층빈산소 현상 발생 횟수(2015∼2020).ⓒ환경부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유기물과 영양염류 등과 같은 수질 지표의 악화다. 보 개방 이후(2018~2020년) 금강 공주보와 백제보의 총인 함량(TP)은 개방 이전(2013~2016년)보다 각각 29%씩 증가했다. 세종보도 같은 기간 12% 올라갔다.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도 세종보는 차이가 없었지만, 백제보·공주보는 각각 19%, 21% 올라갔다.

    영산강에서도 승촌보와 죽산보에서 TP는 12~13%, BOD는 22~36% 높아지는 등 수질 지표가 나빠졌다. 반면 수위 조절 등을 이유로 보 개방 실적이 미미했던 낙동강 수계 6개 보에서는 지표가 거꾸로 개선됐다.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수질 개선의 주된 이유로 녹조 발생 감소를 꼽는 것에 대해 녹조는 수온과 오염물질의 하천 유입, 여름철 녹조 대책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며 보 개방 만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박 교수는 "녹조는 2019~2020년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기온이 낮아져 줄어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도 이를 시인한다. 환경부는 "지난해는 많은 강우량의 영향이 더해져 녹조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었고, 2018년은 짧은 장마 후 극심한 폭염 영향으로 대부분 보에서 녹조가 예년보다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 ▲ 금강수계 보 및 유입 지류 유기물·영양염류 등 추이.ⓒ환경부
    ▲ 금강수계 보 및 유입 지류 유기물·영양염류 등 추이.ⓒ환경부
    일각에선 환경부가 정치적 환경에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혼동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우선순위를 매길 순 없으나 유기물(BOD)과 영양염류(TP) 등이 수질 관련 지표로 중요하다"면서 "특히 인 함량은 녹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이다. 녹조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결국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며 "강에 오염물질이 유입된 후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은 게 수질을 악화한다. 보를 없앤다고 해서 오염물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보 해체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측면에선 의미가 있지만, 수질을 개선하는 방법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질은 보 개방 이후 좋아졌을 수도, 나빠졌을 수도 있다. (환경부가) 특정 시점, 장소만 들어 통계를 평균적으로 뭉개버리는 것은 한마디로 혹세무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환경부는 보 개방의 추가적인 효과로 하천의 자정작용과 생태계 건강성 증가를 꼽았다. 퇴적물 내 모래비율이 높아지고 유기물질 함량은 줄면서 하천의 자정작용이 활발해졌고, 멸종위기 어종인 '흰수마자'가 관측되는 등 야생생물의 서식 환경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 ▲ 보 위치도.ⓒ국토부
    ▲ 보 위치도.ⓒ국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