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엑소더스, 실적 부진‧고질적 관치금융에 백기퇴직금‧고참 인력 부담‧낮은 시장점유율 '매각 과제 산적'당국 "소비자 불편 최소"…씨티 "금융서비스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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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씨티은행이 우리나라에서 개인 대상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하면서 매각이 본격화했다. 

    2004년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으로 공식 출범한 지 17년 만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인 가운데 인수할 잠재적 후보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전날 한국에서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단순화하면서 수익성을 키우고자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를 대상으로 이 같은 출구전략을 결정했다. 기업금융 사업은 이어간다. 

    씨티은행이 매각하는 소비자금융은 39개 점포를 통해 벌이는 자산관리(WM)와 신용카드 사업을 이른다. 

    씨티은행 철수설은 오래전부터 나돌았던 터라 금융권에서는 올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씨티은행은 점포를 줄이고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중심의 영업 구조로 재편했지만  실적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개인‧소매금융 부문 순이익은 2년 사이 80%나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78억 원으로 지난 2018년 3074억 원에 비해 38.9% 줄었다. 그중에서도 개인·소매 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720억 원에서 2019년 365억 원, 2020년 148억 원으로 해마다 절반 정도로 줄었다. 

    2016년 133개였던 점포도 2017년 44개로, 올해는 39개로 줄었다.

    유례 없는 저금리 기조와 빅테크의 은행업 진입, 급격한 금융의 비대면화로 은행의 설 자리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권고와 수수료 인하 압박, 가계대출 조이기 등 코로나19로 인한 온갖 규제에 묶여 관치금융이 두드러진 영향도 철수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도 출범 당시 7%였지만 현재는 1.6%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입지가 더 좁아졌다. 카카오뱅크에게 거의 따라잡힌 상황이다. 

    때문에 금융지주나 시중은행에서는 씨티은행을 인수해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인수를 고려하더라도 씨티은행의 퇴직금은 부담스럽다. 씨티은행은 타 은행과 달리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이 비례해 쌓이는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씨티은행이 전체 직원에게 미래에 지급해야 하는 퇴직금인 확정급여채무는 8900억원에 달한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도 18년으로 높아 인건비 부담이 크다. 직원 3500여명의 연봉은 3600억원 규모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명예퇴직을 활성화하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점포를 축소하는 등 비용을 줄이는 상황이라 인력구조조정 없는 씨티은행 인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씨티은행의 잠재적 인수후보로 DGB금융과 OK금융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덩치 키울 방안을 고심하는 지방금융지주 입장에서는 관심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OK금융은 지난 2016년 씨티캐피탈을 인수해 OK캐피탈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만약 한국씨티은행을 인수할 경우 대부업으로 시작한 OK금융이 은행업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다만 씨티은행의 한국 소비자금융 철수가 본격화하기 위해선 직원들의 반발과 이용고객의 금융상품 이전 동의, 금융당국과의 조율 등 넘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은행은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향후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씨티은행의 철수와 관련해 소비자 불편 최소화와 고용안정을 면밀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향후 씨티은행 진행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소비자 불편 최소화와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