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판매 합계, 처음으로 외국계 3사 합해도 ‘실적 저조’ 외국계 3사 고객 63%가 이탈… 충성고객인 현대차·기아와 대조노사 갈등·반도체 수급 등 악재도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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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GM과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외국계 3사가 수입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2곳에 판매 실적이 밀렸다. 경영난과 노사 갈등,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등의 악재가 겹치며 판매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수입차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8430대)와 BMW(6113대)의 국내 등록 대수는 총 1만4천543대다. 이는 한국GM(5470대)과 르노삼성차(5466대), 쌍용차(3318대) 등 외국계 3사의 내수 판매 합계(1만4254대)보다 289대 더 많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매 1, 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각각 외국계 3사를 제치고 내수 판매 3위를 차지한 적은 있지만, 양사의 내수 판매 합계가 외국계 3사의 합계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작년 하반기만 해도 외국계 3사는 월 6000대 안팎의 판매량을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쌍용차가 협력업체의 납품 거부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각종 악재가 이어지며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작년 말 1만423대였던 외국계 3사와 수입차 2곳의 내수 판매 합계의 차이는 지난달 역전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가 압도적인 1, 2위 자리를 지키며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졌다. 

    ◆ 현기차 대비 낮은 충성도… 노사 갈등에 반도체 부족 ‘악재’

    외국계 3사 판매 실적 저조에는 현기차 대비 낮은 ‘충성도’와 노사 갈등 등 악재가 겹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컨슈머인사이트가 작년 7월 기준 1년 내 차량을 교체한 소비자 8430명을 대상으로 브랜드 간 이동 성향을 조사한 결과, 외국계 3사 차량 보유자의 50.4%가 현대차·기아 차량으로 바꿨다. 12.3%는 수입차로 갈아탔다. 다시 외국계 3사를 선택한 소비자는 37.3%에 불과했다.

    반면 현대차·기아 차량 보유자 중 74.5%는 다시 현대차·기아를 선택했고, 수입차 고객의 61.2%는 수입차로 차량을 교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기아와 수입차 보유자가 외국계 3사 차량으로 교체한 경우는 각각 13.4%, 8.2%에 그쳤다.

    2016년과 2020년 조사를 비교하면 외국계 3사의 고객 이탈은 6.6%포인트 늘어난 반면 현대차·기아는 ‘충성 고객’이 8.9%포인트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외국계 3사에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작년 임금단체협상을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노사가 총파업과 직장폐쇄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르노삼성차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약 80%의 인원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나 정상 가동과 비교해 30%가량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지난달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한 데 이어 이달에는 효자 품목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창원공장도 절반만 가동한다.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최근 상근 임원의 숫자를 38% 감축하고 급여를 추가 삭감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슬림화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에 반대 의사를 밝힌 노조와의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