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때문에 심판… 정책 기조는 유지 이달 실수요자 대책서 당정 합의 담길 듯집값 천정부지에 LTV·DTI 10%p↑ 의미 있나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기조 변화는 거부했다. 땜질식 '조정'을 통해 현 제도를 수정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 완화와 같은 파격적 정책을 예고한 상태다.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인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 완화책에 당정이 어떤 합의점을 이룰 지 주목된다.

    ◆ 文 부동산 정책실패 '인정'…정책전환은 '거부' 

    지난 10일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해 정부가 할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듭 인정했다. 

    이어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은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정책을 다시 재검토해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를 강화하려는 목적 때문에 실수요자가 집 사는데 큰 부담이 있는 부분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 부분은 당정청이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통해 정책 보완을 이룰 것"이라 강조했다. 

    ◆ 文 "정책 전환 없다" vs. 송영길 "LTV 90% 완화"

    문 대통령의 이러한 자성의 목소리에도 부동산 정책은 대규모 전환 대신 미세한 조정에 그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기조는 부동산 투기 금지와 실수요자 보호,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것"이라며 "이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강조한 탓이다. 

    남은 임기 1년 간 기존 정책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러한 기조는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뜻과는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 송 대표는 경선 과정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90%까지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송 대표는 "집값이 상승한다고 청년, 신혼부부들에게 평생 전세방, 월세방에 살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실수요자들이 집을 얻을 수 있도록 핀셋으로 규제를 완화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공급이 되더라도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송 대표에게 '원팀'을 요구하며 사실상 청와대의 뜻을 따라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당과 민심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송 대표가 이를 얼마나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 ◆  LTV·DTI 10%p↑ 의미 있나 

    현재 당정은 실수요자의 대출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애초 지난달 발표된 가계부채관련대책에 해당 내용을 포함시키려 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공백에 따라 논의가 지연됐다. 

    현재는 일정 조건을 갖춘 무주택자가 집을 구입하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10%p씩 더 허용된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서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이고 부부합산 연소득이 8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생애 최초구입자는 소득이 9000만원 이하일 경우도 해당된다. 

    두 요건에 모두 해당하면 LTV와 DTI가 투기·투기과열 지구서는 40%에서 50%로, 조정대상지역에서는 50%에서 60%로 올라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다. 

    당정은 이번 실수요자 대책에서 이 비율은 10%p 더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우대 대상이 극히 일부라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규제지역서 주택담보대출을 진행하며 LTV·DTI를 10%p씩 우대 받은 비율은 신규 취급액 기준 7.6%에 그쳤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서울에서 대출 받기는 더 어려워진 측면도 크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집값이 오를만큼 오른 상황서 대출한도를 10%p 늘리는 것으로 정책이 바뀌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은행권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압박하면서 한쪽에서는 대출을 집값에 90%까지 해준다고 해 시장의 혼란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