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대응체계 갖췄어도 무증상 감염 선별 ‘어려움’ 한계마스크 미착용 문제는 개인의 일탈 행위… 방역지침 어긴 적 없어 ‘더 안전한 병원’ 만들기에 집중… 감염병 신속대응팀 정비
  • ▲ 서유성 순천향대서울병원장(순천향중앙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
    ▲ 서유성 순천향대서울병원장(순천향중앙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주홍글씨가 남는다. 왜곡과 오해의 소지가 있어도 그 꼬리표를 떼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해명의 시간은 부족하고 오직 사례로만 기록되기 때문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이 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2월 설 연휴를 거쳐 200명대의 확진자 사례가 집계됐고, 마스크 미착용 ‘구상권 청구’ 얘기까지 나오면서 낙인이 찍혔다. 문제는 당시 상황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을뿐더러 재정비된 현재의 모습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본지와 만난 서유성 순천향대서울병원장(순천향중앙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은 “장기화된 코로나 시국 속 감염 억제를 위해 선제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했지만, 무증상 확진자를 막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련의 발표와 보도를 통해 감염관리에 취약하고 부도덕한 병원이라는 인식이 생겼을 것 같아 내내 괴로움이 있었다”라며 “이제 그 오해를 풀고 이해로 거듭나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소위 ‘순천향발(發) 집단감염’ 사태는 서유성 병원장이 담당하는 환자가 입원 5일차 PCR검사를 통해 확진됨에 따라 시작됐다. 설 연휴가 한창이던 2월 12일 자정이 넘은 시간, 병원장은 관련 내용을 통보받고 그날 곧바로 전수조사에 돌입한다. 

    입원 전 검사와 입원 후 5일차 검사가 진행되고 있던 상황으로 추가 확산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그 사이 무증상 전파가 이뤄져 확진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장은 특단의 결정을 내린다. 확진자 발생 일주일이 되던 날 ‘외래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2월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외래, 응급실, 건강검진을 멈추고 방역과 소독에 전념했다. 

    서 병원장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코로나19 확산 차단과 환자 및 교직원의 안전이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환자 발생 병동 외 공간에서 오염의 근거는 없었지만, 선제적 대응을 위한 카드였다. 

    표면, 훈증, UV 등 3차례에 걸친 소독을 진행했고, 방역당국 지침보다 엄격한 기준을 준용해 감염 억제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불만이 가중되기도 했다. 확진자가 쏟아지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업무에 투입하는 형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서 병원장은 “코로나 시국 속 무엇보다 직원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논란이 생기니 답답함이 커졌다”며 “적극적 소통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 오해로 생각하며 이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문제는 직원들의 불만이 가중될 정도로 감염 억제를 위한 매뉴얼을 지키고자 했는데, 돌아온 것은 CCTV를 통해 마스크 미착용 74명을 확인했고 병원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엄포였다.

    이와 관련 서 병원장은 “마스크 미착용자를 관리하지 못한 병원의 탓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본질을 들여다보면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CCTV로 포착된 마스크 미착용자는 새벽 시간 화장실 갈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24시간 감시가 어려운 구조 속에서 개인의 일탈행위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체온 측정, QR코드 인식을 비롯해 마스크 착용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며 “만약 병원이 감염관리 지침을 어긴 것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합당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발생하는 모든 개인의 행위를 어떻게 점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2월 순천향대서울병원 확진자 현황. ⓒ순천향대서울병원
    ▲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2월 순천향대서울병원 확진자 현황. ⓒ순천향대서울병원
    ◆ 견고한 감염관리 체계 형성으로 ‘적극 대응’

    집단감염 사태를 겪은 순천향대서울병원은 기준치 이상의 ‘더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개인의 일탈을 완벽 방어하기 어렵지만, 견고한 체계를 구축해 빈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 병원장은 “유행 기간 및 사후관리 기간을 거치면서 완전히 새로운 병원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며 “방역지침을 선회하는 대응체계를 형성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감염병 신속대응팀을 정비했다. 감염관리팀을 중심으로 데이터상황실, 안전보건상황실을 보강해 원내외 소통 상황에 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원내 감염 방지를 위해 보호자 간병인의 밀집 문제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방문객 출입제한, 환자와 직원 관리, 청소 및 환경관리 등 각 분야별 세부계획과 지침도 보완했다. 
     
    거동이 가능하고 낙상 위험이 없다면 상주보호자나 간병인을 제한하고, 간병이 필요할 경우 간병 시작일 기준 ‘3일 이내’ 음성 결과가 있어야 한다. 간병 시작 후 3일째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하고, 매주 1회 반복 검사도 받아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로 상주보호자를 변경해야 할 때는 24시간 내 음성이 확인돼야 한다. 병동에서의 층간 이동 제한, 타 간병인과의 만남 금지, 병실에서의 식사 지침도 보완하고 이를 강력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
     
    역학조사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이전까지는 수작업으로 원내 노출 경로를 파악했지만 향후에는 환자등록번호를 통해 일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해당 환자의 이동 수술, 검사 등 원내 이동 내역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매일 문자를 통해 전 교직원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소견 시에는 안전보건팀의 안내에 따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근무 중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귀가하고 음성이 확인된 후 다시 근무하는 체계를 갖췄다. 

    서 병원장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전화위복의 기회로 작용하길 바라고 있다”며 “환자와 직원이 모두 행복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올해 ‘to be with you’라는 슬로건도 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