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값 톤당 228달러… 2.5배 급상승車 비상… 반도체 부족 이어 열연강판 인상 '이중고'조선·건설 수익성 악화… 회복세 찬물
  •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국내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회복세에 접어든 자동차·조선·건설업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원자재가 상승은 곧바로 1차 제조업체의 수익성 악화와 완제품 가격 인상, 물가상승 압박 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1차 원인이다.

    코로나19 확대로 인해 생산 활동이 위축되면서 재고가 줄었고,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마저 환경정책 강화로 생산량을 감축했다.

    문제는 철강재 가격 상승이 국내 원인이 아닌 만큼 단기 처방으로 잡히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철강업계는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며 일부 수출물량을 내수시장으로 돌리고 있지만 공급상황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

    12일 철강업계 따르면 중국에서 수입하는 호주산 철광석(CFR) 가격은 지난 10일 톤당 228달러로 전일 대비 8.7%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6일 사상 처음 200달러를 돌파한 뒤 연일 상승세다. 연초 대비 3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1년 전인 지난해 5월 초의 2.5배 수준이다.

    철광석 가격 인상은 후판과 강판 등 철강재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자동차 소재인 열연강판 값은 지난 1월 말 톤당 88만원에서 4월 말 110만원으로 3개월 새 25% 치솟았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이어 자동차 업계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1대 당 철강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5% 수준인 만큼 차량 가격을 올릴 수 밖애 없는 처지다.

    회복세에 접어든 조선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선가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터에 오히려 수익성이 더 나빠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박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인 후판도 톤당 110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후판이 100만원대를 돌파한 건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철근 가격도 연초 톤당 70만원에서 이달 93만원까지 올랐다.

    조선업계의 수주 성과는 1~2년 후행으로 오지만 철강 가격 상승은 곧바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건조 수주가 쇄도해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확대에 따라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건설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 철근과 H형강 등은 30% 가량 올랐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배경은 수요 확대에 있는데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원가 부담으로 인해 판매가격이 더욱 올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비상이 걸린 정부도 나서고 있지만 대책은 제한적이다. 앞서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철강협회, 포스코, 현대제철 등과 만나 생산라인을 풀가동해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줄 것을 당부했다. 13일에는 기계, 조선, 기자재 등 수요 단체들을 소집해 애로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철강재 가격 상승이 글로벌 문제인 만큼 단기 처방으로는 잡히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 가격을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뾰족수가 안보인다.

    시장에선 철광석 가격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광석 가격 상승에는 수요와 공급뿐만 아니라 금융, 정치적 이슈 등이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은 최근 호주와의 전략경제대화 중단을 선언하는 등 마찰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필요한 철광석의 약 80%를 수입하는데, 수입 철광석의 61%를 호주에 의존하고 있어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