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수 완만한 개선 흐름"… '최근 경제동향' 5월호서 긍정 진단실물경제 불확실성→내수부진 지속→내수 부진 완화→내수 개선4월 카드승인액 석달째↑…백화점 매출액 26.8%↑·유커 151.9%↑무디스 "재정 악화 신용등급 하향요인"…KDI "나랏빚 증가세 통제 필요"
  • ▲ 경제 회복.ⓒ연합뉴스
    ▲ 경제 회복.ⓒ연합뉴스
    정부가 사실상 실물경제가 개선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상황에서 호조세를 보인 수출과 달리 내수 부진을 계속 지적해오다 지난달 내수가 개선 흐름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고용 등 일부 경제지표의 경우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있고 대외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며 장밋빛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국내외 분석기관들은 한국의 재정적자 악화와 급증하는 나랏빚이 경제 회복 과정에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견해다.

    ◇수출 호조에 내수 개선 흐름

    기획재정부는 14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세 등에 힘입어 제조업·투자 회복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대면 서비스 부진 완화 등으로 내수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인다"고 긍정 평가했다. 재정당국은 경기 진단과정에서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 '실물경제 불확실성'이란 표현을 써왔다. 올해 3월 9개월 만에 '실물경제 불확실성'이란 표현을 생략했지만, 소비지표와 관련해선 '내수 부진이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내수 부진 완화'를 언급했던 기재부는 한달 만에 '내수 개선'을 명시하면서 경기 회복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내 카드승인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3% 증가했다. 지난해 12월(-3.9%)과 올 1월(-2.0%) 감소세를 보이다 2월(8.6%) 들어 반등한 뒤 석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지난해 3월 이후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각종 지표가 부진했던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매출액도 1년 전보다 26.8% 증가했다. 석달째 증가세를 보였다. 증가율은 한풀 꺾였다. 3월 증가율(62.7%)은 정부가 관련 모니터링을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으나 지난달엔 절반 이상 꺾였다. 한국을 찾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1년 전과 비교해 151.9%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콕' 생활 여파로 온라인 매출액도 48.6% 늘었다. 다만 할인점 매출액(-2.0%)은 소폭 줄었다.

    한국은행이 밝힌 4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2.2로 전월(100.5)보다 1.7포인트(p) 올랐다. 두달 연속으로 기준치(100)를 넘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8.8% 줄었다. 두달째 감소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이 견인하고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년 전보다 2.3% 올랐다. 2017년 8월(2.5%) 이후 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2.8% 올랐다. 전월(1.5%)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1.4% 올랐다. 두달 연속 1%대를 유지했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정당국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재정당국은 "연간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태도다. 기저효과 등으로 2분기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2%를 웃돌 수 있다는 견해다.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은 지난달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4월 수출(잠정치)은 511억9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1.1% 급증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액은 21억3000만 달러로 29.4% 늘었다.

    그동안 내수와 함께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었던 고용도 지표가 개선됐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5만2000명 증가했다. 2014년 8월(67만명) 이후 6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자 수가 급감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일자리 사업 본격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고, 실업자 수(114만7000명)가 다섯달 연속으로 100만명을 웃돌며 20·30대 실업자가 증가해 고용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도 없잖다.

    3월 지표가 최신은 산업생산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서비스업 생산이 증가한 데 힘입어 전월보다 0.8% 늘었다.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BSI 전망도 모두 개선됐다.
  • ▲ 국가채무.ⓒ연합뉴스
    ▲ 국가채무.ⓒ연합뉴스
    ◇재정적자 악화·국가채무 증가 '빨간불'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0일 발간한 '5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함에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경기 부진 완화' 진단을 내놓은 지 한달 만에 경기가 회복 흐름을 나타낸다고 긍정 평가했다. KDI가 경기 회복을 평가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국내외 분석기관이 잇달아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을 점치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내다봤다. 이는 앞선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3.6%)보다는 낮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3.5%)과는 같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3%)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KDI는 13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고쳐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7%p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불안요인도 상존한다. 국내외 기관들은 일제히 한국의 재정적자 악화와 급증하는 나랏빚을 위험요인으로 지적한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와 관련해 "세수가 점차 회복하고 이자비용이 안정적이라 부채 여력은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한국정부가 확장적 재정 기조를 지속할 전망이어서 국가채무가 역사적으로 최고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기간 확립돼 온 한국의 재정규율 이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 하향요인으로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위험 고조, 대내외 충격에 따른 강한 경제피해와 함께 정부재정 악화를 꼽았다. 또한 도전요인으로 대북 위험, 고령화와 함께 나랏빚 증가를 제시했다.

    KDI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재정적자를 줄이고, 나랏빚 증가세를 통제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마이너스(-)2.8%에서 지난해 -5.8%로 악화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7%에서 44.0%로 치솟았다.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봐도 오는 2024년까지 총지출이 총수입을 큰 폭으로 웃돌면서 높은 수준의 재정적자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KDI는 "지출 우선순위를 따져 지출구조조정 노력을 하고 재정사업에 대한 사전 타당성 분석과 사후 성과 평가를 엄밀히 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정수입 확보 방안을 미리 마련해 중장기 재정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증세론'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