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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후 운임 인상 안한다"… 대한항공 거듭 쐐기

"일반 소비재와 달라"
국토부·산은 등 2중3중 규제
조원태 "소비자 편익 그대로"
전문가들 "몰이해 탓… 결합심사 서둘러야"

입력 2021-06-02 08:41 | 수정 2021-06-02 13:33

▲ ⓒ연합뉴스

"시장에서의 지위를 남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통합과 관련한 운임인상 우려에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앞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3월 3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항공시장은 완전경쟁에 가까워 일방적인 운임인상이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항공운임은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받은 가격 이하로만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당시 우 사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계기로, 국토부의 운임 모니터링 시스템에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독과점 논란과 운임인상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적 항공사 통합으로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시각이 남아있다.

공정위도 경쟁제한성 연구용역을 5개월 더 연장하면서 고심하는 모습이다. 공정위가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는 주요 부문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 편익’이며 그 중심 축은 운임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글로벌 항공시장이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워 사실상 일방적인 운임인상은 어렵다고 판단한다.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재와 가격 체계와 완연히 달라 인상 우려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항공권은 일반 소비재와는 달리 판매하지 못한 좌석의 재고 처리가 불가능하다. 항공기가 출발하면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정된 시간 안에 좌석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사업자가 얼마나 있는지 여부보다 공급과 수요가 항공운임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판매 운임은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양사가 가진 기존의 노선과 공급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따라서 공급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판매운임이 인상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게다가 항공운임 체계는 다른 소비재 가격과는 달리 복잡하다. 출발지와 목적지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출발·구매 시점 등 시기별로도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실제 항공권 판매 가격은 한 노선 안에서도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항공운임의 복잡성 때문에 인력에 의한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공업계 전문가는 말했다. 모든 글로벌 항공사가 시스템을 통해 좌석과 운임을 관리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한항공은 통합 후 인위적인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현재 항공운임은 정부에서 인가받은 상한선 이하로 정해야 하고, 외국계 항공사도 국내 대부분의 노선에 진출해 있어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말 한미재계회의에서 "고객들의 편익 하락이나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항공산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에서도 운임 인상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국토는 "외항사·LCC와 경쟁을 벌이는 만큼 급격한 항공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 편익 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적극 관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맺은 투자합의서에도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이러한 기조에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항공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잘 관리·감독하겠다"면서 "공시 운임 체계가 굉장히 복잡하기에 사전적으로 예단하기는 힘들고 결국 항공노선이 여러 항공사가 취항하는 경우 충분히 경쟁이 심하기에 자율적으로 요금과 운송료를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정노선과 단독노선은 가능성이 있지만 복잡한 구조 때문에 당국이 면밀히 팔로우업해서 통제할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국토부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이트·진로 기업결합 승인 당시 조치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재 가격과 항공운임의 근본적인 차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판매가 산출이 비교적 명확한 소비재의 가격과 복잡다단한 항공운임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산업의 특성을 모르는 비전문가적 시각이라는 것.

공정위는 2005년 하이트·진로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주류 출고 원가를 5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가격을 인상하기 전에 공정위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2004년 진로의 영업이익률은 27.9%이고, 하이트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3.0%에 달했다. 제조원가 대비 가격이 높아 영업이익 폭이 컸다는 의미다. 제조원가가 달라지지 않을 상황에서 가격이 인상되면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률만 높여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반면 항공산업의 경우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기준으로 봐도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2.3%, 아시아나항공은 -8.2%로서 수익성이 취약했다.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을 통해 이자비용을 겨우 감당하는 수준이었고, 아시아나항공은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고수익 구조인 하이트·진로와 비교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일각에선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항공업계를 위해 기업결합심사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은 화물사업 덕분이지만, 사실 여객기의 하부화물칸(Belly) 공급 감소에 따른 화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불황형 호재 때문이다. 사업구조 자체의 경쟁력 회복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용역 결과만 기다리면서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된다면 양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섞인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항공운임은 중요한 요소가 틀림없다"면서 "하지만 인상가능성도 부족한 운임 논리에 몰입돼 기업결합심사 등 통합 과정이 지체된다면, 대한민국 항공산업 생존이라는 통합의 원래 목적과 명분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연춘 기자 lyc@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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