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금융위, FATF 권고따라 '가상자산'한국은행, G20‧IMF 반영한 '암호자산'시각‧입장 따라 정책·용어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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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으로 코인 열풍이 불면서 정부의 제도화 추진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각종 코인을 지칭하는 용어는 정부기관과 언론, 학계 등 각 분야에서 ‘가상화폐’ '디지털 화폐' '가상통화' '가상자산' '암호화폐' 등으로 혼용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코인에 대한 용어정리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디지털 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아 자산(asset)이라는 표현을 쓴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 하지만 이를 정의하는 명칭은 제각각이다. 

    ◇ 뒤죽박죽 명칭, 자금세탁방지 VS 암호화 기술 시각차

    정부와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으로, 한국은행은 암호자산으로 부르고 있다.  

    정부는 2021년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디지털 코인을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고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정의했다. 특정금융정보법은 디지털 코인 등 신종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 세탁 등의 범죄를 막기 위해 지난해 개정했다.

    정부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정한 가상자산을 말하는 '버추얼 애셋'(Virtual Asset)이라는 용어 정의를 받아들였다. FATF는 가상자산을 자금세탁 방지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특정금융정보법도 이를 근거해 마련됐다.

    반면 한국은행은 G20(주요 20개국)과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사용하는 ‘암호자산(crypto-assets)’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암호자산이라는 용어는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암호화 기술을 활용했다는 의미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이라 주요 국제금융기구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금융기관, 언론계, 학계마다 각자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용어를 쓰면서 사회의 인식 역시 혼란스러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가 동의하는 명확한 개념 규정이 없기 때문에 관련 용어가 남발되고, 정책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이런 영향으로 정부 부처 간 역할 조정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디지털 코인에서 ‘화폐’ 개념이 사라진 이유

    정부가 디지털 코인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디지털 코인이 화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서다. 

    화폐의 원천은 국가의 경제적 신용력으로 코인처럼 보안기술의 우수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폐공급은 국가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중앙은행이 정치적 중립의 책임자로서 화폐공급 등 통화정책을 수행한다. 중앙은행은 통화공급량과 금리를 조절하고, 민간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최후의 공적 보루로서 화폐공급의 책임을 진다. 

    반면 코인은 분산형 블록체인 등의 새로운 보안기술을 바탕으로 민간 채굴업자들이 공급하고 있다.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가상자산은 금이나 국가 신용도가 아닌 단지 블록체인이라는 보안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굴업자들이 신용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투기적 폭등락을 막기 힘들며, 통화정책을 수행할 책임있는 주체도 없고, 금융위기 발생시에는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고 신용을 공급해줄 최후의 보루가 없어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세계 주요국들은 가상자산은 신용화폐가 아닌 단지 보안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상품의 일종으로 규정했다”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보안기술을 활용한 신용카드 결제 내지는 송금 서비스 기법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IC칩이 내장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려면 은행 등에 법적 신용화폐 입출금계좌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가상자산 역시 신용카드처럼 새로운 보안기술이 적용된 결제수단이라는 의미다. 

    현재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는 디지털 위안화 같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법정화폐 성격인 CBDC의 발행·유통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실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