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시작돼 ‘건보공단’서 터지나… 노-노 갈등 심화 고객센터 직원 1600명 직접 고용 두고 ‘파열음’ 이사장 단식 이어가도 보이지 않는 해결책… 내부서 풀기 어려울 듯
  • ▲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14일부터 본부 로비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14일부터 본부 로비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이틀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고객센터 직원 직접고용 문제로 기관 내부에서 노-노(勞-勞) 갈등이 심화되자 이를 봉합하기 위한 카드를 꺼낸 것이다. 

    공공기관 수장이 노조를 대상으로 단식을 선언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답답함이 가중된다. 문제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화’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기관 내부에서 협상을 통한 마무리는 쉽지 않다.

    정규직화 문제는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로 크게 몸살을 앓았고 건보공단으로 불씨가 튀었다. 이제 그 불씨는 걷잡을 수 없게 번졌다. 특히나 취업 선호도가 높은 공공기관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15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김용익 이사장은 전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김 이사장의 요청은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 철회와 건보공단 노조의 사무논의협의회 참여다. 아직 어느 쪽도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건보공단의 최고책임자가 단식을 한다는 파격에 대해 갖은 비난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능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두 노조가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노력했지만 대립만 깊어지고 있다. 건보공단은 지금 헤어날 수 없는 갈등의 함정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김 이사장의 행보에 비판적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본부장 출신으로 문케어 설계자로 알려진 그였지만 현 정권의 소위 ‘이벤트 정치’에 함몰돼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약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비정규직 제도를 썼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책은 일자리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발언의 취지는 다르지만 이용호 무소속 의원 역시 “파업 주체가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식농성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처사이자 해외 토픽감”이라고 말했다. 

    ◆ 협력업체 직원 1600명 직접 고용 가능성? 모호한 해법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은 약 1600명으로 규모가 큰 집단이다. 이 중 970여 명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건보공단 소속이 아닌 효성ITX, 제니엘 등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같은 4대 보험에 속하면서 유관기관으로 분류되는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고객센터가 직영화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들의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비정규적의 정규직화를 골자로 하는 건보공단이 직접 고용 형태로 소속을 전환돼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고객센터 노조는 “10년 넘게 일해온 상담 노동자의 경력은 인정해 주지 않고 좁디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한 사람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과연 공정한 세상이냐”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것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건보공단 사측이자 노조에 가입된 직원들은 타 공공기관과 달리 약 1600명이 근무하고 있어 이들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조직운영 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실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정규직 입장에서는 반대가 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공단 정규직 노조를 대상으로 고객센터 직원 직접 고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반대가 75.63%로 집계됐다. 찬성은 9.93%에 불과했다. 

    업무 영역도 엄연히 분리됐다는 설명이다. 고지서 재발송, 환급금 접수, 전반적인 제도 설명 등 건강보험을 포함한 단순처리 업무를 협력사가 공단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입사 3년차 건보공단 직원은 “안정적인 직장이 절실한 상황 속에서 무자비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는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회의가 느껴진다”며 “이는 취업을 원하는 모든 청년의 역린을 건드린 행위다. 과연 이 사회의 정당함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과 맞물려 파생된 비극의 현장이다. 인국공을 비롯해 여전히 공공기관에서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결국 건보공단에서 파국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건보공단 관계자는 “강대강 싸움이 이어지게 될 것이며 해법은 쉽게 나오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이사장의 단식으로 풀 수 있는 매듭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내부 갈등이 워낙 심해 내부에서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만들어 낸 청와대와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안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