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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건설업①]불법하도급 굴레, 대형참사 계속된다

다단계 하도급, 공사비 축소에 안전관리 뒷전
핵심은 비용, 직접공사<재하도급 '남는 장사'
저가수주 떠안는 영세 건설업체가 화 키운다

입력 2021-06-16 15:09 | 수정 2021-06-17 09:51

▲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와 묵념을 한 뒤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원인중 하나로 다단계 하도급 계약 관행이 지목됐다. 재하도급을 준 적이 없다는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의 해명과는 달리 HDC현대산업개발→한솔기업→백솔건설→아산산업개발 구조가 밝혀지면서 건설업계 고질병이 민낯을 드러냈다.

16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모든 공정에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서울 본사 압수수색을 단행했다.철거 계약서 원본과 HDC건설본부 직원, 재개발 현장 관계자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경찰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관행으로 다른 업체에서 석면 해체 면허를 빌린 백솔건설이 철거 공사를 맡았다 대형 참사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하도급을 준 뒤 한솔이 백솔건설에 공사를 맡기는 불법하도급 구조로 이어졌는데, 허가받은 계획서의 작업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사고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외면하던 곪은 부분이 터졌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공정 재하도급 계약은 원칙적으로 불법이지만, 건설 현장에선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현장에서는 불법 재하도급 관행이 근절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비용‘을 꼽는다. 직접 공사보다 재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이윤을 추구할 수 있고, 법을 어겨도 별 문제 없으니 다단계 하도급 굴레가 지속되는 셈이다.

이번 광주 철거 건물 붕괴사고 정황을 살펴보면 한솔기업은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광주로 인력과 장비를 이동하는 대신 도급액의 60% 수준으로 현지업체에 재하도급을 주면 시간·비용 절감은 물론 다른 공사에 착수해 이윤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철거업계 관계자는 “공사에 손도 대지 않고 다른 회사에 넘겨주는 것만으로 수익을 볼 수 있는데, 이걸 마다할 회사가 과연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도급단계가 2~3단계 늘어나면 공사비는 낮아지고, 비용과 시간을 줄여야하는 최종 수주업체 입장에선 날림공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광주 학동4구역 조합은 철거공사 비용으로 HDC현대산업개발에 3.3㎡당 28만원을 지급했지만 한솔기업, 백솔건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10만원, 4만원까지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헐값임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떠맡는 영세업체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관리도 안되고 있어 불법 재하도급 불씨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공사 예정가의 3분의 1에 그치는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맡아 수행하는 중소업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를 낸 백솔건설은 지난해 설립된 지역 신생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석면 해체 면허도 없어 다른 업체에 빌려 철거 공정을 진행했다. 기술력도 검증되지 않은 영세한 업체이며 사실상 1인 회사나 다름없는 회사가 저가 수주로 공사를 떠안았다 대형 참사를 빚은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술 인력과 공사 품질, 안전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정업체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채진솔 기자 jinsolc@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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