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부터 빠르게 ‘인수 포기’ 선언인수 의지보다는 실사 과정에 더 관심 보였다는 평가도롯데온 통한 홀로서기…“전반적 사업 전략 재조정 중”
  •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개별 협상의 여지도 없습니다.”

    롯데쇼핑 관계자의 말이다. 롯데쇼핑은 현재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빠르게 이베이코리아의 인수전에서 발을 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단숨에 강자로 도약하겠다는 롯데쇼핑의 전략도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매도자인 이베이는 현재 이마트 외에도 롯데쇼핑과의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애당초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도 덤덤한 분위기다. 롯데쇼핑은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지기 전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공공연하게 ‘플랜B’를 언급하고 있다. 

    ‘플랜B’가 다른 형태의 M&A가 될지, 통합몰인 롯데온의 독자생존이 될지는 아직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이베이코리아가 약 5조원대 매물로 평가되던 상황에서 3조원에 못미치는 가격을 써냈다는 점은 애당초 인수 의지가 크지 않았다는 근거로 해석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입찰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사업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실사 과정에 더 무게를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 1위 사업자로 영업상의 강점과 단점에 대한 분석이 면밀히 이뤄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롯데쇼핑은 이번 인수전에 앞서 이베이코리아 나영호 전략기획본부장을 이커머스부문 대표로 영입한 바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품는 대신 이베이코리아의 전략을 자사의 롯데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는 모두 본입찰에 불참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11번가가 오픈마켓 사업을 맡고 있고 MBK파트너스는 대형마트 홈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오픈마켓이라는 이베이코리아 사업이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기반 백화점, 대형마트와 직접적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기존 롯데온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5%와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 12%를 합쳐, 쿠팡(13%)를 크게 상회할 수 있지만 기존 네이버와 쿠팡의 성장률이 다른 경쟁사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이커머스 시장의 해법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반면 5조원으로 꼽히던 가격은 상당한 부담요인이다. 이베이코리아가 오픈마켓 사업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지만 5조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수준의 영업이익(850억원)을 58년 이상 유지해야만 한다.

    네이버라는 우군을 확보했고 롯데쇼핑보다 뒤늦게 오픈마켓 사업에 진출한 신세계그룹과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11번가 등의 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안도 거론되는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나영호 이커머스 부문 대표의 영입 이후 전반적 사업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