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국민" vs 정부 "하위 70%"… 절충해도 '퍼주기' 오십보백보'신용카드 캐시백' 한도는 최소 30만원… 인플레이션 조장 우려도전문가 "추경 요건 안돼·타이밍도 부적절… 지원금 효과도 낮아"나랏빚 921조 돌파… 1인당 나랏빚 文정부서 500만원 '껑충'
  •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 재난지원금.ⓒ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제5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대신 '소득 하위 80%'에 지급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3월 대선을 의식한 오십보백보 식 표(票)퓰리즘이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추가로 걷힌 세수를 나랏빚 갚는 데 쓰자는 의견에 여당 일각에서 "한가한 얘기"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국민 1인당 나랏빚은 문재인 정부 들어 500만원 넘게 증가한 상태다. 여당이 현금 살포에 혈안인 사이 앞으로 청년세대가 짊어질 나랏빚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이다.

    25일 정치권과 세종관가에 따르면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논의했다. 전날 알려진 바로는 당정은 5차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에 주는 방안을 검토했다. 전 국민에게 줘야 한다는 여당과 하위 70%에 선별적으로 지원하자는 정부가 절충점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가구별로 줄지, 개인별로 줄지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전 국민에게 주었던 지난해 제1차 지원금과 비슷한 규모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쯤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 후 취재진과 만나 "정부는 소득하위 70% 안을, 당은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다"면서 "하위 80%로 정해졌다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정책위의장은 "80%도, 90%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유동수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워낙 강경하다"며 "다음 주 고위 당정청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내에서 전 국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재정당국이 완강하게 버틸 경우 결국 어느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정은 사실상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빠질 공산이 큰 고소득층에 대해선 '신용카드 캐시백'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인당 캐시백 상한은 30만~50만원선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30만원 한도를 제안했다. 얼마로 하자고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8일 열린 비상경제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과거 비교시점과 대비해 통상적인 증가 규모를 초과해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 일정 비율을 환급해주는 방식"이라며 "캐시백의 비율, 개인별 상한선, 캐시백 대상 사용처 등 구체적인 내용은 추가 협의를 거쳐 (이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정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피해지원도 추진할 방침이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방역에 따른 집합금지·제한업종 외에 여행업·공연업 등 경영위기업종도 지원대상에 포함하고, 지원액 상한도 지난 4차 지원금의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관련 질문을 받고 "금액은 검토 중이다. 지난번보다 두텁게 드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 ▲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연합뉴스
    ▲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연합뉴스
    다소 온도 차가 느껴지지만, 당정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서 "당정은 전 국민 재난지원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손실보상 피해지원, 국민을 위한 현금 지원, 소비를 촉진하는 상생 소비 지원금을 합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재정 지출은 아직도 부족하다. 더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마련에 역점을 두겠다"면서 "이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로 성장 경로에서 벗어나 있는 우리 경제의 조기 복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퍼주기식 재정 지출이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시점에서 재정지출을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추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전 국민 위로금 등 소비진작책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소비를 조장하는 것이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그동안은 체감물가 위주여서 인플레가 본격화한다고 보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전체적으로 인플레 압박이 우려스럽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하위 80%' 지급은 사실상 전 국민 지급과 다르지 않다"면서 "지원금 지급 성과도 작고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행정안전부 의뢰로 분석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26~36%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은 상당 부분 의류·가구 등 내구재 소비에 쓰였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대면서비스업 등의 매출 확대 도움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 국가채무.ⓒ연합뉴스
    ▲ 국가채무.ⓒ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나랏빚을 더 내진 않겠다는 태도다. 야당은 초과 세수를 우선 나랏빚 갚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2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흡족하지 않겠지만 일부는 빚 갚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선 추경 규모가 최대 35조원에 달하는 만큼 국채상환에 2조원쯤이 투입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 내에선 이번 추경에서 초과 세수를 나랏빚 갚는 데 쓰자는 견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야당의 국채상환 주장에 "그야말로 한가한 얘기"라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처한 상황을 느긋하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나랏빚 증가 속도는 예사롭지 않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48.7%로 나타났다. 35개 선진국 가운데 24번째로 높다. IMF는 한국의 부채비율이 올해 말 53.2%로 오른 뒤 오는 2026년에는 69.7%까지 상승할 거로 내다봤다. 이 경우 정부 부채비율 순위는 19위로 껑충 뛰게 된다. IMF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을 기준으로 2026년까지 부채비율 상승 폭이 선진국 중 3번째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국가채무시계'를 보면 25일 오전 현재 국가채무는 921조4865억원으로, 1초에 324만원씩 불어나고 있다. 국민 1인당 나랏빚은 1782만원(추계인구 기준)쯤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280만원에서 4년 만에 502만원이나 늘었다. 정부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국민 1인당 빚 부담이 매년 125만원씩 증가했다는 얘기다. 추경을 통한 전 국민 위로금 지급을 두고 생색은 정부·여당이 내고 빚 부담은 국민이 떠안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