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총량 他정부보다 높아…도심내 수요·공급 불균형""2·4대책 차질없이 추진…3기 사전청약 60~80% 공급""임대차3법, 서민-세입자 보호위한 정책…도입초기 혼선"
  • ▲ 노형욱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노형욱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앞으로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에 대응하려고 대규모로 풀린 유동성에 대한 규제나 정상화 이뤄지면 집값 동향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추격매수에 대해 신중히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장관은 문재인 정부 4년간 급등한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도심 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노 장관은 미스매치를 부른 정책적 판단미스의 책임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국토부 내부에선 정책 판단의 오류와 관련해 전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전 정부 탓을 하는 물귀신 작전을 여전히 구사하는 모습이다.

    노 장관은 5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토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현안 업무 등에 대한 질의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 장관은 먼저 하반기 주택·전세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에 대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상승세가 멈추지 않아 무거운 마음이고 송구하다"고 운을 뗀 뒤 수년간 이어진 주택시장 불안은 무엇보다 거시경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초저금리 유동성 확대와 도심 내 맞춤형 주택에 대한 수요·공급 미스매치, 각종 개발과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심리에 이뤄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노 장관은 "주택공급 총량을 보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도 안정세를 보이다 최근 불안한 모습인데 전세 공급물량 자체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서울 강남4구 등 대규모 개발에 따른 이사 수요와 신도시 청약 등 대기수요가 일시적으로 생긴 탓이 없잖다. 2·4 주택공급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물량을 속도감 있게 제공하면 하반기에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달 15일부터 3기 신도시 청약이 시작된다. 내년까지 6만2000가구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 장관은 "가계부채 관리도 중요하다"며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되고 한국은행도 연내 금리 인상 등 질서 있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밝힌 만큼 집값 안정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시장 일각에선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종 개발사업이 공약으로 제시될 경우 부동산 시장이 또 한 번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노 장관은 부동산 안정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한 셈이다.

    일각에선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앞선 정부의 정책에 대폭 손질을 가할 수도 있다는 어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노 장관은 "정부가 바뀌어도 주택을 포함한 민생대책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주택정책의 경우 원칙적으로 국민 수요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면 정부가 바뀌어도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 아파트.ⓒ뉴데일리DB
    ▲ 아파트.ⓒ뉴데일리DB
    노 장관은 이날 주택공급이 총량으로는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다만 도심 내 수요가 많은 데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며 미스매치를 원인으로 꼽았다. 노 장관은 "(공급총량을 언급한 것은) 총공급량이 충분하므로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다"라며 "정작 도심에 수요가 많았던 부분에 대한 반성이 있다. 시장 수요에 맞추려고 (2·4대책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노 장관이 언급한 도심 지역 주택의 수급 불균형에 대한 정책적 판단 미스가 언제 이뤄진 거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주택공급 정책은 단절된 게 아니라 일련의 흐름이 있다"면서 "주택공급 불균형을 해결하고자 (현 정부 들어) 2·4대책 등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권 초기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 등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했고, 김현미 전 장관 시절 20여 차례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도 헛발질에 그친 것을 사실상 전 정권 탓으로 돌리려는 발언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전 정부 탓으로는 돌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희(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물려받았을 때가 전 정부에서 모든 부동산과 관련한 규제들이 다 풀어진 상태에서 받았기 때문에 자금이 부동산에 다 몰리는 시점이었다"면서 "그래서 저희들이 이런 규제들을 정비해나가는 과정인데 자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시에도 집권 3년 차를 맞은 상황에서 두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국토부 장관이 할 얘기는 아니라는 지적이 쏟아졌었다.

    노 장관은 집값 문제와 관련해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 걱정인데 앞으로 2~3년이 지나 반대의 경우 생기면 기본적으로 (추격매수에 나선 국민이) 자기의 투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전 세계적인 현상인 자산 거품이 머잖아 정상화될 수 있다. 정상화 시기가 빨리 올 수도 있다. 영끌해서 무리하게 주택을 산 경우 나중에 자산가치 재평가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계부채 지표도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위험한 수준이다. 무리한 투자(추격 매수)는 신중히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노 장관은 부동산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2·4대책에 따라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도심 내 물량만 해도 선도예정지구에만 7만2000가구쯤이 있고, 그중 6만 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부연했다. 국토부는 이달 15일 인천 계양부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진행한다. 노 장관은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60~80%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인천 계양에선 전용면적 59㎡ 주택이 3억5000만원, 74㎡는 4억5000만원에 공급되고 남양주 진접은 59㎡가 3억5000만원, 74㎡는 4억원에 나온다. 성남 복정은 51㎡는 6억원, 59㎡는 7억원에, 의왕 청계2는 55㎡가 5억원에, 위례 신혼희망타운은 55㎡가 5억9000만원에 공급될 예정이다.

    노 장관은 여당 부동산특별위원회의 '누구나 집' 정책과 관련해선 "경기지역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1만800여 가구의 시범사업 의사를 밝혀왔다"며 "세부 공모기준을 마련한 뒤 연내 시범사업을 착수할 계획으로 추진 중"이라고 했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용지를 이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선 "대부분 비어 있는 땅이 아니라 옮겨갈 공공기관 대체 부지나 건물이 필요하다"며 "사업 시행 가능성을 협의하는 단계로, 이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혁신도시 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노 장관은 목표로 하는 주택가격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목표 가격을 말하기 어렵다. 다만 장기적으로 여타 경제지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과거보다 하향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노 장관은 임대차 3법이 전·월세 불안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에는 "서민, 세입자 보호 등에 제도 도입의 방점이 있었으나 좋은 의도에도 시장에 정착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면서 "새로운 거래관행이 정착되면서 매물 숫자도 점차 회복되고 있고 임대차 3법 도입 이후 기존 임차인의 계약 갱신율이 증가한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