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 → 130만원선박 원가 20% 이상정부 지원 받는 중국에 다시 1위 내줄 판2017년 악몽 재현 우려
  •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자료사진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자료사진
    수주 랠리를 이어오던 조선업계가 급등한 철강가격에 발목이 잡혔다. 선박 건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수주 경쟁력의 핵심이다. 중국과 수주 1위를 치열하게 경쟁 중인 한국 조선기업들이 불리한 여건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와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는 하반기 후판 공급가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핵심 자재인 만큼 양측 업계는 연 2차례 가격을 협의해 왔다.

    철강업계는 상반기 톤당 70만원에 공급했던 후판 가격을 하반기에는 115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인상폭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게 철강업계의 입장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철강석 가격은 지난 5월14일 톤당 226.46달러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22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에 유통되는 후판 가격은 지난해 60달러 선에서 130달러까지 2배 이상 뛰었다.

    카타르 프로젝트 등 하반기 대형 발주물량을 쓸어담으려 영업전선에서 뛰고 있는 조선업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선박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긴 하지만 철강가격 인상폭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6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38.5포인트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3월 최저점 121.4포인트 대비 4년간 14% 상승했지만 호황기 고점 191.5포인트의 70% 수준으로 회복 속도는 더디다.

    철강값 급등세가 중국이 단행한 철강생산 감축이 또하나의 원인이라는 것도 문제다. 중국은 환경규제를 명분으로 올해 철강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반기 생산 감축을 명령했다. 유력한 경쟁국이 생산을 줄임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는 반등 효과를 누리지만 조선업계는 직격탄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이제 겨우 출혈 수주에서 벗어난 상황"이라며 "여기서 자재가격이 오르면 또다시 손해를 감수하는 수주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했다.
  • ▲ 철광석 가격 추이ⓒ한국광물자원공사
    ▲ 철광석 가격 추이ⓒ한국광물자원공사
    조선업계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던 2017년 악몽을 떠올린다. 2012년 이후 5년 내리 글로벌 수주 1위를 달리던 중국은 한국 조선기업이 바짝 쫓아오자 철강 감산을 선언했다. 덕분에 일본을 제치고 수주 2위로 치고 올라가던 한국은 중국에 다시 한번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올해도 중국과의 수주 경쟁은 치열하다. 상반기 글로벌 수주량 2402만CGT 중 중국은 1059만CGT, 한국은 1047만CGT로 각각 44%씩 점유율을 나타냈다. 2019년 간발의 차로 수주 1위를 되찾은 중국은 지난해 한국 조선기업의 막판 스퍼트에 2위로 내려섰다. 올해는 어떻게든 한국을 앞서겠다는 중국의 의지는 각종 금융·세제 지원에서 드러난다. 중국선박공업그룹(CSSC)는 선주가 발주하면 계약대금을 지원해주거나 선박을 인수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용선하는 리스백 사업도 벌이고 있다.

    철강가격 상승에 따른 타격도 한국 조선업에 비해 중국은 비교적 덜하다. 중국이 주로 수입하는 호주산 철광석은 글로벌 시세에 비해 10% 가량 저렴하다. 값싼 노동력도 높은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 등 규제에 묶여 있는 한국에 비해 강점으로 평가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오랜 조선 침체기에도 국내 조선기업이 버텨온 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라며 "정부의 각종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의 기술 초격차도 많이 따라잡힌 상황에서 원자재 값 상승은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