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코로나 끝나도 금융권 첫 상시재택근무 도입

소매금융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상시재택근무를 도입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존 상시출근의 틀을 깬 것으로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이 같은 근무형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재택근무를 위한 금융당국의 '한시적' 망분리 규제 완화의 '상시화'가 필요한 상황으로 국내 금융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 영업점을 제외한 서울 종로구 본점 직원들은 코로나19 이후 출근하는 비중이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한국씨티은행 전체 직원 3500여명 중 본점근무 비중은 3분의 2(2000~2200명)수준이다. 

시중은행들이 30~40% 수준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것과 비교해도 한국씨티은행의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국내에 첫 확산한 이후인 지난 2월 중순부터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재택근무를 시행하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최대 65% 수준까지 본점의 재택근무 비중을 높인 상황”이라며 “미국 씨티그룹의 방침에 맞춰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새로운 근무형태가 지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의 본사인 미국 씨티그룹의 CEO(최고경영자) 제인 프레이저(Jane Fraser)는 지난 3월 직원 메시지를 통해 대부분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하이브리드’ 근무 도입을 밝힌 바 있다. 

제인 프레이저는 “일부 직무에서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야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재택 중에도 사무실에 출근할 때와 마찬가지로 생산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어떤 경우에는 생산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임직원이 만나서 함께 일하는 것이 안전해지면 하이브리드, 상시 출근, 재택이라는 세 가지 근무형태로 나누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일부 직무에 대해서는 재택근무를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에 해당하는 직원들은 일주일에 최소 3일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최대 2일은 재택으로 근무하게 된다. 

재택 그룹으로 지정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정해진 씨티 건물 외에서도 근무할 수 있다. 새로 재택 그룹으로 지정되는 업무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다만 영업점이나 데이터센터 등 현장근무가 불가피한 업무의 경우 상시 출근해야 한다. 

씨티그룹의 결정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에도 하이브리드, 상시재택 근무 등 새로운 근무형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망분리 규제 완화를 유지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금융회사들에게 한시적으로 망분리 예외 조치를 해주는 방식으로 재택근무를 용인했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상시적인 재택근무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려했던 보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충분한 노하우가 쌓였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씨티은행의 상시재택근무 선제 도입에 망분리 규제완화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은 또 매주 금요일을 내부회의에 한해 화상회의가 없는 날로 지정한 ‘줌 프리 금요일(Zoom-Free Fridays)’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화상회의 앱 ‘줌(Zoom)’을 통한 화상회의가 늘면서 직원 대다수가 줌으로 인한 ‘피로감(Zoom fatigue)’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씨티그룹 차원의 조치다. 다만 고객이나 규제당국과의 불가피한 회의는 줌으로 진행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새로운 근무 형태가 가능해졌고, 직원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적응하며,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하이브리드, 재택 근무 형태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