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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립서비스·이젠 국민 탓하나"…정부 집값 경고에 전문가들 '냉소'

대국민담화에 임기말 정부 말치레란 평가 우세
'시장 영향 '제로'…주택공급확대 원칙엔 긍정도
초기 공급 소홀한채 규제 일변도 정책 밀어 붙여
종부세 완화 등 잦은 정책 번복 신뢰도 붕괴 지적도

입력 2021-07-28 15:26 | 수정 2021-07-28 15:29

▲ 아파트 단지.ⓒ뉴데일리DB

정부가 좀처럼 식지 않는 부동산시장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현상에 대해 대국민담화 형식까지 빌어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20여차례에 걸친 부동산정책 실패의 책임을 정부 정책 외적인 부분, 특히 추격 매수에 나선 국민에게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곱잖은 시선도 없지 않다.

다만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일부는 문재인 정부가 규제다운 규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던 게 패착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선 현 정부가 주택 공급은 등한시한 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폈던 게 원인이라고 반박한다.

정부는 28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경찰청 등 부동산 관련 부처·기관 수장이 한자리에 모여 대국민담화를 했다. 부동산 공급은 평년 수준으로, 과도한 기대심리가 주택 가격 불안을 자극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불식하고자 주택공급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주택가격에는 거품이 껴있고 과거 외환위기 사례 등을 비춰볼 때 큰 폭의 가격조정이 우려되므로 추격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날 대국민담화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거라는 견해가 많다. 그동안 수십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니 이제는 립서비스라도 해서 집값 상승세를 막으려 한다는 냉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합동 브리핑은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니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진정하라며 일종의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이라며 "거꾸로 얘기하면 부동산 가격이 꼭짓점이라는 것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이 전부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국토부가 강조한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계획에 대해서도 "현 정부가 10개월도 안 남은 상태에서 큰 의미는 없다"며 "차기 정부에서 하게 될 일"이라고 했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부동산 실정이 가장 크게 질책을 받으니 정책 실패를 정부 탓이 아니라 다른 데 원인이 있는 것처럼 돌리려는 변명으로 보일 뿐 (대국민담화가) 시장에 미칠 효과는 별로 없을 듯하다"고 박한 평가를 내놨다. 김 교수는 "(정부의 메시지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맞춰 앞으로 주택공급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정도의 의미 이상은 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국민담화의 효과는 '제로(0)'라고 단언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뭔가 (추가적인 접근법이) 나올 거로 생각했는데 없었다. 그렇다고 반성도 없었다"면서 "정부는 집값이 내려갈 거라고 경고했지만, 정작 언제 어느 정도 폭으로 떨어질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못했다. 무엇 때문에 (브리핑)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4년 넘게 시장에 대해 협박(각종 규제 정책)을 해왔는데 협박을 해도 안 되니 이젠 읍소전략으로 바꾼 게 아닌지,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홍남기 부총리,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공급 확대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은 나름 긍정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부각되는 임대가격 상승 등은 결국 매매가격의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공급으로 풀겠다는 원칙을 지킨 것은 중요하다"며 "가계부채 증가율에 대한 관리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책임연구원은 주택공급이 정부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3기 신도시, 공공재개발·재건축, 2·4 공급대책의 노후도심 고밀개발, 국공유지·유휴부지 활용 등의 진행상황이 가시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택지 추가 선정도 녹록지 않을 수 있다"며 "수도권 신규 택지는 이미 세워진 계획안 중에서 발표될 수밖에 없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집단 땅투기건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선정이) 잡음 없이 빨리 진행될지 의문이 든다"고 부연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지금의 주택가격이 고평가됐으니 추격매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거나 금리 인상이 예정됐으니 매수를 자제하라는 논조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주택공급이 과거 10년 평균과 비교할 때 유사한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환경 여건이 달라졌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은 과거와 달리 주택매수 쪽으로 군중심리가 확고하게 쏠린 시기여서 객관적으로 평년 수준의 주택공급량이 시장 수요에 못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정부의 대국민담화가 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거라는 근거로 정부 스스로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려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부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오해가 있는 듯하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남발한 것은 맞지만, 문제는 정책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말로는 투기를 억제한다고 했으나 대출 규제를 비롯해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처리과정을 보면 결국 흐지부지된 게 많다"면서 "정책이 실패한 게 아니라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임 교수는 "이날 담화가 시장에 미칠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에선 정부의 호소를) 그냥 하는 말치레 정도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시장 혼란과 부작용을 부채질했다는 견해다. 정 교수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정책을 뒤집어 왔는데 이런 발표(대국민담화)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최근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종부세 완화 논란처럼 그동안 부동산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왔다. 다주택자에게는 집을 안팔고 버티면 정책이 바뀔 거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보유세 완화 등을 통해선 일반 국민에게도 '똘똘한 한 채'를 구매하라고 추격 매수를 장려한 셈이 됐다"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스스로를 '양치기 소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제 국민은 정부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면서 "3기 신도시 주택공급도 이미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오른 상태에서 진행돼 좋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뒷북 공급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권대중 교수는 "규제를 제대로 안 한 게 아니라 너무 많이 했다"면서 "주택 가격이 오른 것은 규제 일변도로 정책을 펴면서 공급에는 소홀히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심교언 교수도 "규제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잘못"이라며 "선진국의 경우 노벨상을 받은 석학도 많은데 왜 대선공약으로 (과도한) 시장 규제안을 내놓지 않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김학환 교수는 "규제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문재인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편 것은 맞다"면서 "우선 시장을 정확히 읽지 못한 것이 원인이고, 정책을 자주 바꾸면서 신뢰를 주지 못한 것도 문제다. 정부는 시장의 과열된 투기심리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부가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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