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덕장' 평판은 합격…도덕성 보단 능력 검증 금리인상 부작용‧가계부채 관리 질문 쏟아질 듯野, 가상자산 제도화‧규제 방향 파상 공세 집중
  • ▲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이달 중하순께 개최될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파상 공세가 예상된다. 

    다만 고 후보자에 대한 업권의 평판이 대체로 호의적이라 앞선 은성수 위원장 때와 비슷하게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고 후보자는 이날부터 서울시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임시 사무실로 출근했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으로부터 주요 현안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업무파악을 시작했다. 

    개각 직후 꾸려진 금융위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청문 요청안 작성이 한창으로, 빠른 시일 내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오는 9일부터는 금융위 국별 업무보고를 통해 본격적으로 청문회 준비와 주요 현안 파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고 후보자는 전날 단행된 청와대 개각에서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고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야 합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순이나 늦어도 이달 말쯤 열릴 전망이다.

    고 후보자를 바라보는 업권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그간 가계부채와 자본시장, 기업구조조정 관련 정책을 총괄하며 금융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굵직한 위기 때마다 난관을 해결해 나가는 업무추진력을 인정받는 걸로 해석된다.

    행정고시 28기로 공직에 입문한 고 후보는 1998년 외환위기와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를 처리하며 위기극복을 주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 후보는 인간적으로 온화한 성격이며 금융위 선후배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며 “성인군자로 부를 만한 지도자의 성품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고 전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제가 금융연구원장(2014~2015년)으로 일하던 시절에 고 후보가 금융위 사무처장과 상임위원으로 활동할 때 자주 뵈면서 온화한 리더십, 경청하는 모습, 서로 다른 의견을 조화롭게 조정해내던 덕장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며 고 후보자의 내정을 환영했다. 

    고 후보의 재산 총액은 50억2536만9000원으로, 1년전보다 7억3729만3000원 불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26일 관보에 게재한 고위공직자 재산 변동내역에 따르면 고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182.95㎡·28억9500만원)를 배우자와 함께 소유했다. 이 아파트와 배우자가 증여받은 서울 중구 을지로6가 굿모닝시티쇼핑몰 건물 상가 지분(3.5㎡·4313만8000원)까지 총 건물 재산은 29억3813만8000원이다. 

    전북 군산시 옥구읍·서수면, 충남 홍성군 홍북면 등에 1억7454만5000원 수준의 토지와 18억6705만6000원의 예금도 보유하고 있다. 

    고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과 관련해 현 상황에서 뚜렷한 이슈가 제기되지 않아 재산이나 도덕성보다는 업무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이 예상된다. 

    다만 고 후보자는 2015년 11월 6일 금융위 상임위원에 임명된 이후, 3년 임기 중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하면서 모양새는 좋지 못했다. 2016년 4월 한국은행 금통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만료(2023년 4월)까지 1년 9개월가량 남은 상태다.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면서 4년 임기와 고액 연봉이 보장되는 경제계의 ‘꽃 보직’으로 통할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임기를 보장받은 금통위원이 임기 중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해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통위원 자리가 임기 중 옮길 수 있는 직으로 인식될 경우, 금통위의 독립적이고 안정적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책검증 면에서 볼 때 이번 청문회에서는 가상자산 제도화와 가계대출 규제 등 최근 이슈가 된 각종 현안을 놓고 고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 후보가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로 통한 만큼 앞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정책 기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 후보자는 지난달 15일 열린 한은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7명 가운데 홀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등 거시적 정책과 코로나19 관련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연장 등 미시적인 정책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 것인지 물을 것”이라며 “가계대출 조이기와 금리 인상이 겹칠 경우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이 막히는 등 부작용 우려에 대한 견해도 듣겠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가상자산 규제 방향과 '코인 광풍'에 대한 공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고 후보가 금융위원장에 내정되자, 금융위가 그간 보여준 가상자산과의 거리두기의 중단을 요구했다. 

    윤 의원은 “금융위가 주무부처는 아니고 주관부처라는 식의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면서 책임을 민간에 떠 넘기기는 식의 접근으로는 제대로 된 결과를 낼 수도 없고, 시장 실패를 바로잡을 수도 없다"며 "거래소와 이용자 모두 힘들게 만드는 현행 법령의 개정에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가상자산거래소 관리에 대한 책임 역시 은행에 맡기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