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소송 결과로 인사폭 가늠대규모 물갈이 대신 금융기관 인사 연동한 소폭 교체10월 국감 전 임원인사로 국‧실장 인사 적체 숨통 트일듯
  • ▲ 정은보 금감원장ⓒ연합뉴스
    ▲ 정은보 금감원장ⓒ연합뉴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말 일부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사태 관련 금융사 제재에 앞장선 부원장급 임원들이 인사 조치될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부원장보 이상 14명(부원장 4명 포함)의 임원 중 2명 이상의 교체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부원장보는 금감원장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로 이번 인사는 정은보 원장 취임 이후 첫 인사가 된다. 

    정 원장은 유관 금융기관 인사와 연동된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전 원장은 취임 후 전체 부원장보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아 재신임을 결정하는 모양새를 취해 "점령군처럼 행세한다"는 조직내 반발을 산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장은 통상 취임 이후 대대적인 임원인사로 조직을 정비하고 조직 장악력을 높여왔으나 당장 10월 국정감사와 내년 대선을 앞둔 점을 감안해 조직의 안정과 내부혼란을 다스리는 차원에서 소폭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0명의 부원장보 가운데 김동성 부원장보(전략감독), 이성재 부원장보(중소서민금융), 장준경 부원장보(공시조사)가 유력한 교체 대상이다. 

    이들은 2년 8개월째 부원장보를 맡고 있으며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부원장보는 통상 2년 가량 임기를 수행한 이후 교체돼왔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중징계 취소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도 금감원 인사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1심 선고는 오는 20일이다. 

    손 회장이 제기한 소송의 쟁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시행령에서 명시한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규정 마련 의무' 조항 위반을 근거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중징계할 수 있는지와 금감원장에게 중징계를 확정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다. 

    법원이 금감원의 제재근거에 문제가 있다는 법적해석을 내려 금감원이 패소할 경우, 내부통제를 이유로 금융사 CEO를 징계한 다른 제재 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감원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과도한 제재를 획책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금융당국으로서 면(面)이 안 서는 굴욕인 셈이다. 

    DLF‧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 당시 금융사 검사와 제재를 진두지휘한 현직 임원은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는 20일 1심에서 금감원이 질 경우 금감원이 금융사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하고 무리한 제재를 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직에 남아 있는 김동성 부원장보가 윤 전 원장과 함께 사모펀드 사태 조사와 제재에 앞장선 만큼 그 책임을 질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금융회사들은 제재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에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사에서 법과 원칙에 기반해 사전 조치 비중을 높이는 등 감독체계 방향의 재정립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사 최고경영자 중징계 등 사후 제재보다는 시장 친화적 감독체계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 유관기관인 금융보안원장의 차기 인사가 임박한 점도 금감원 인사 전망 배경 중 하나다.

    역대 금융보안원장은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이 관행적으로 맡고 있는데 현 김영기 금융보안원장은 지난 4월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미정으로 원장직을 유지 중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보안원은 곧 이사회를 열고 신임 원장 선임을 위한 원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이상재 금감원 부원장보가 차기 금융보안원장에 유력 검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보 원장이 예상대로 소폭의 인사를 단행할 경우 금감원 국‧실장급 연쇄 승진인사가 예상된다. 

    다만 5개월째 공석인 금감원 감사 인사는 답보상태다. 금감원 감사는 김우찬 전 감사가 지난 3월 11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뒤 공석 상태다. 

    전광춘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금감원 감사로 유력했으나 최재형 감사원장이 대선 출마를 이유로 최근 사퇴하면서 감사원장 후임 인사가 결정돼야만 금감원 감사도 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