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선, 700억 투입해 주식 취득103만주 이어 70만주 매수… 지분 0.53%증권가 "이사회 주주제안 기준점 주목"HMM 매각 맞물려 관심 집중
  • HMM 프레스티지호
    ▲ HMM 프레스티지호
    재계 38위 SM그룹이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 지분을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HMM 매각일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지분매입 배경이 주목된다.

    20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그룹 계열사 대한상선은 HMM 주식 215만5221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 0.53%다. 대한상선은 지난달 26일 103만6551주에 이어 이달 2일 70만8259주 가량을 장내 매수했다. 취득금액은 709억2900만원이다. 대한상선이 앞서 보유한 45만여주와 합하면 총 보유 주식 가치는 861억원에 달한다.

    15조원이 넘는 HMM 시총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대한상선 덩치에 견주면 막대한 투자다. 대한상선은 총자산 7427억원, 매출 2712억원, 영업이익 309억원 규모 벌크선사다. 올해 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73억원에 불과하다. 가용자금 200억원에도 못미치는 회사가 무려 861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조달자금은 지난 6월 완료된 SM상선에 대한 컨테이너선 매각대금으로 보인다. 대한상선은 지난해 6척(1361억원), 지난 6월 3척(1127억원) 등 총 9척의 보유 컨테이너선을 계열사 SM상선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대한상선은 컨테이너선이 없는 온전한 벌크선사로 탈바꿈했다.

    해운사가 동종 해운사 지분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쓰는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거대 그룹으로 거듭난 우오현 SM회장의 과거 이력을 들어 HMM 인수를 저울질 하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방, 경남기업, 남선알미늄 등 그동안 인수한 기업만 5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한진중공업 인수전에도 뛰어들었고 올해 쌍용자동차 인수에도 참전했다.
  • 우오현 SM그룹 회장. ⓒSM그룹
    ▲ 우오현 SM그룹 회장. ⓒSM그룹
    하지만 10조원 수준의 SM그룹 전체 자산 규모를 감안할 때 적어도 4조원 이상 필요한 HMM 인수설은 설득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상장절차를 밟고 있는 SM상선 청약으로 확보가능한 자금도 1조원 수준이다. 그룹 관계자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SM그룹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을 운영해본 해운사이기에 시장을 정확히 내다볼수 있다"며 "3분기에도 해운업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투자"라고 했다.

    단순투자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지점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분율 0.53%에 주목한다. 상법 542조에 따르면 자본금 1000억원 이상 법인의 지분 0.5% 이상 보유 주주는 이사 제안 등 이사회 안건을 제안할 수 있다. 크진 않지만 HMM 이사회에 관여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HMM 대주주가 산업은행인 것을 감안하면 0.5% 지분율은 어떤 주주제안을 하느냐에 따라 이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감사위원 추천을 제안하고 산업은행이 이를 받아들이면 회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우 회장이 해운업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조투자와 노선개척 등 자타가 인정하는 해운물류 종합운송선사로서의 기틀을 착실히 다져 나가겠다"고 했다. 1분기에는 그룹 해운자문역에 핵심 측근을 배치해 해운3사(대한해운·대한상선·SM상선)을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했다. SM상선은 2016년 한진해운 매각당시 알짜 미주 노선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