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전문가들 "할말 없다"…기존 정책 마무리투수 성격비전문가·기재부 2중대 한계…"정책수정 산파역할" 주문도교통분야도 존재감 약해…4차국가철도망계획 잡음만 키워
  • 기자간담회하는 노형욱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기자간담회하는 노형욱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오는 21일 취임 100일을 맞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은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분위기다. 노 장관이 흠잡을데 없이 잘해서가 아니다. 애초 기대가 크지 않았던 탓에 딱히 논평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된 부동산정책과 관련해선 취임할때 나왔던 주문이 취임 100일을 맞아서도 그대로 나왔다.

    먼저 노 장관의 역할론(?)에 대해선 내년 대통령선거때까지 큰 잡음없이 현상유지하는데 방점이 찍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부동산 비(非)전문가인 노 장관이 사실상 중도 낙마한 '공공 디벨로퍼' 변창흠 전 장관의 후임으로 낙점됐을때부터 제기됐던 견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 장관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지금까지 제시된 주택공급 확대와 인프라 중심의 건설투자 기조를 변함없이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노 장관은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기관장으로서 이런저런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는 일은 없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외부에서 말이 많아지면 내부 실무자들이 업무에 집중을 못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책임연구원은 "그러나 (노 장관은) 기획재정부 주도의 추가 주택공급계획 제시 등 기존의 국토부 업무 역량을 분산시키거나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을 앞장서서 막아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남은 기간) 기존 대책을 차질없이 수행하는데 업무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노 장관에 대해) 할말이 없다"면서 "(노 장관의 역할이) 특별히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던 일을 유지하는 거라서 그렇다. 기존 정책을 잘 마무리하는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신규 택지 발굴 등이 속도가 나지 않는 부분은 아쉽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만큼 기존 공급대책을 차질없이 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임 교수는 "최근의 부동산 세제 관련 규제가 약화하는 부분은 걱정이지만, (이를) 국토부 장관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노 장관은) 앞으로 금리 인상이나 대출 규제 등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잘 검토해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아파트단지.ⓒ뉴데일리DB
    ▲ 아파트단지.ⓒ뉴데일리DB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국토부보다 기재부가 방향키를 쥐고 있다는 견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노 장관이) 취임 이후 민간 또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겠다며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에서 유연성을 보인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엔) 기간이 짧다"면서 "무엇보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세금 관련 규제 위주로 시행되다 보니 국토부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노 장관이 그동안 정부의 잇단 부동산정책 실패로 왜곡된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풀어내기엔 운신의 폭이 좁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심 교수는 "(노 장관은) 앞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하기보다는 (현 정부가 밀어붙인) 부동산 제도와 정책으로 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하면 구제가 가능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정책 대응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시장에 경고성 구두 메시지를 송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 보니 노 장관이 단순히 보조를 맞추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산파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가 열릴 때마다 집값이 고점에 도달했고 조만간 거품이 빠질 수 있다면서 '영끌' '빚투'를 통한 추격 매수에 경고성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토부를 포함 금융위원회, 경찰청 등 부동산 관련 부처·기관장과 함께 대국민담화까지 했다. 문제는 이런 구두 개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집값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 장관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 상황은 추가로 악화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하지만 반대로 개선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노 장관이 취임 이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주택공급을 비롯해 (노 장관) 발등에 떨어진 숙제가 많다"면서 "특히 시장에 무리를 주었던 정책들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세제 개편 등의 부동산정책 변화를 직접 이끌지는 못하지만, 협조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국토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 악화에) 국토부가 일조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노 장관이 남은 임기 동안) 정책 수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GTX-D 삭발 시위.ⓒ연합뉴스
    ▲ GTX-D 삭발 시위.ⓒ연합뉴스
    교통분야도 노 장관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분야는 아니다. 노 장관 취임 이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이 발표되면서 이른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을 두고 홍역을 치렀지만, 갈등 봉합 과정에서 노 장관의 문제해결 능력이 빛을 발했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노선 확정 과정에서 여당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중심으로 아전인수격 주장이 난무했지만, 국토부가 논란을 효과적으로 잠재웠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았다. 되레 GTX-B(송도~남양주 마석)의 추가 연장 운행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여당 실세로 분류되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등 논란만 부채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