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당 105만~110만원조선 빅3, 3兆 충당금 선반영인상분 선가반영 고심중국발 저가수주 공세 거셀 듯
  • 국내 조선 빅3와 포스코 등 철강업계의 후판가격 협상이 마무리 수순이다. 상반기 보다 톤당 40만원 가량 가격이 오른터라 인상분을 선박가격에 언제부터 반영할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조선 및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포스코와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을 정했다. 구체적인 가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105~11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급가격은 각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관계자는 "막판 협상에서 가격 인하를 더 요구했지만 원안에서 조금 깎은 가격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포스코와의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과의 협상도 차례로 끝날 전망이다.

    후판가격은 지난해부터 계속 오름세다. 지난해 하반기 톤당 60만원에서 올해 초 70만원으로 올랐고, 다시 반년만에 110만원까지 치솟았다. 후판은 선박 건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자재다. 때문에 급격한 가격인상은 조선업의 실적악화를 가져오게 된다.

    조선3사는 하반기 후판가격으로 100만원을 제시했고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115만원을 제시했다. 가파른 가격 상승은 원자재인 철광석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철광석값은 지난해 하반기 톤당 110달러 선에서 지난 5월12일 237.5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중국의 철강재 생산 규제로 수요가 줄어들며 140달러(22일 기준)까지 떨어졌지만 선수입한 철광석 가격에 따라 이번 협상이 진행됐다.
  •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자료사진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자료사진
    문제는 인상된 후판값을 선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2년여에 걸쳐 건조되는 선박은 건조당시 자재값에 크게 영향 받지만 선박대금은 60% 이상을 인도 단계에서 받는다. 계약당시 후판값이 싸서 저가에 수주했는데 건조할 때 자재가격이 오른다면 낭패를 보는 구조다. 국내 조선3사는 지난 4년여간 중국과의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며 저가수주 전략을 이어왔다. 훌쩍 뛰어버린 후판값이 부담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향후 선박수주가격을 덜컥 올리기도 어렵다. 여전히 중국의 추격이 매섭기 때문이다. 7월까지 글로벌 선박 누계 수주량을 보면 한국은 1276만CGT로 중국 1348만CGT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 401만CGT 중 한국과 중국이 차지한 점유율은 각각 43%, 45%에 달한다. 한국 조선은 2018년 6년 연속 수주 1위를 기록하던 중국을 제치고 선두에 선 이후 매년 엎치락뒤치락 하는 수주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조선 빅3는 이미 후판가 상승을 대비한 손실충당금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한 상태다. 때문에 한국조선해양 8298억원, 삼성중공업 9447억원, 대우조선해양 1조2203억원 등 3사 모두 1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건조계약 체결 후 2년후 인도받을 때 잔금을 지급하는 헤비테일 방식은 선박가격 상승을 늦추는 요인이다. 선주들이 후판가격이 낮을 때 발주하기 때문이다. 이달 클락슨리서치 신조선가지수는 144.5포인트로 조선 호황기인 2008년 191.5포인트에 한참 못미친다. 해운 물류대란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가 인상폭은 두드러지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박 가격 상승폭은 굼뜨다. LNG선박은 국내 조선기업들이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는 품목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박건조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한 LNG, 암모니아, 원자력 등 석탄원료를 대체하는 선박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