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출규제 효과 없어…실수요자 '대출 절벽', 득보다 실"정부, 가계부채 보완책 곧 마련, "투기·불필요 대출 잡아야"전문가 "대출비용 올리고,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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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내놨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수요자들의 대출만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추가 보완책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정책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698조8149억원으로 전월 대비 0.5%(3조5068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 7월 가계대출 증가액이 전월 대비 6조2009억원(1.27%) 늘어난 것과 비교해 증가액이 반토막 났다. 

    금융위가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3~4%로 낮추라고 은행권에 권고하는 등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나서면서 ’대출 절벽‘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은 8월 140조8942억원을 기록했는데 한 달간 12억원 증가에 그쳤다. 마이너스통장을 비롯한 신용대출 금리가 오르고,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 컸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대출 우대감면 금리를 없애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혜택을 줄이고 대출한도를 조이고 있다. 

    문제는 당장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대출이 막히면서 시중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내몰린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정부의 대출규제가 미치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인위적 규제는 실수요자들의 대출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규제의 실효성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는 장기간 지속하기 어렵고 효과도 크지 않아 득보다 실이 크다”며 “집값 상승의 주범 역할을 하는 전세자금대출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데다 신용대출에 대한 가수요 등이 겹쳐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추석 이후 가계대출 추가 보완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책이 ‘저금리에 쉽고 간편한 대출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대출비용을 올리고, 대출을 불편하게 하는 등 접근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 연구원은 "결국 정책의 방향은 두 가지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먼저 대출 비용을 높여 꼭 필요한 사람만 대출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출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 인상 등을 통해 이미 시행 중으로 추가적으로는 (전세자금대출) 원리금 분할 상환 방안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정부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대출 갈아타기)‘ 도입을 재검토하는 등 대출 접근성을 축소해 투기 수요와 불필요한 대출을 늘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을 보면 저금리정책과 비대면 대출 활성화 등 대출 접근성을 확대하면서 부채의 과도한 증가와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고, 투기 수요와 불필요한 대출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극 활용해 대출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등 대출을 어렵게 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언급하고 나서 금융혁신과 관련된 정책 변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 금리가 싼 대출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현재는 개인이 대출을 갈아타려면 금융회사별로 금리를 비교한 후 지점을 가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금융사들이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등 빅테크 주도로 서비스가 전개된다는 점을 이유로 은행권이 반발하면서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고 위원장은 지난 2일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해 "재검토 기한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의 새로운 규제와 맞물려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 시기도 밀릴 가능성이 커 이 플랫폼 참여에 부정적이었던 시중은행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