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5683억… 토지보상비 900억공사비 60% 도공 몫…내년 1.3조 남북협력기금 투입은 '0원'남북관계 경색·기금집행 난망…文대통령 치적쌓기 일반혈세 우회투입
  • ▲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연합뉴스
    ▲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일명 '문재인 도로'로 불리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문대통령 임기내 착공하려고 벼르는 가운데 건설비 투입 '꼼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업을 서둘러 진행하려고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는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받아놓고 실제 공사비는 남북협력기금 대신 한국도로공사 등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국토부에 따르면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올해 안에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8년 문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서울부터 평양까지 도로로 잇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만큼 문대통령 임기내 착공하려 한다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경기 파주시 능산리와 도라산리 간 10.75㎞ 구간에 5683억원을 투입해 왕복 4차로 고속도로를 놓는 사업이다. 사업용지 구매비(토지보상비)가 900억원이고 나머지 공사비는 국토부와 도로공사가 40대 60의 비율로 분담한다. 국토부는 관련 예산으로 올해 341억원을 확보하고 내년 예산에도 237억원을 반영한 상태다. 도로공사는 2870억원쯤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

    논란은 정부가 이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려고 예타를 면제받으면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이유로 들었지만, 정작 사업비는 남북협력기금이 아닌 일반회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사비 상당 부분을 도로공사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2018년 남북교류사업이라는 이유로 예타를 면제받았다.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주변에 이미 다른 도로가 2개나 있기 때문에 비용대비 편익(경제성·B/C)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제299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남북교류협력과 관계된 사업으로 인정하고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키로 했었다.

    남북협력기금은 남북 간 교류사업을 지원하려고 1990년 만들었다. 대북지원과 경협 등 각종 교류협력사업에 쓰인다. 문재인 정부는 4·27 판문점 선언의 원만한 이행을 위해 2019년 정부 예산안에 남북협력기금을 1조1000억원 규모로 편성했으며 이 중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등 남북 경협사업을 위해 5044억원의 협력기금을 배정한 바 있다.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 증액은 올해도 계속됐다. 남북 관계 경색에도 올해보다 1.9% 늘어난 1조2694억원을 반영했다. 현 정부 들어 2019년부터 4년 연속으로 1조원대를 유지하게 됐다. 내년 예산 중 남북경제협력 분야 예산은 5893억원(46.5%)을 차지한다.

    하지만 남북협력기금은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될 때 쓰인다. 집행 규모는 남북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지난해는 사업비 대비 기금 집행률이 3.7%에 그쳤다. 올해도 지난달 말 현재 1.5%만 집행됐다. 문제는 단기간에 남북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는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 ▲ 개성~평양 고속도로.ⓒ연합뉴스
    ▲ 개성~평양 고속도로.ⓒ연합뉴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임기 말 문 대통령의 치적을 쌓기 위해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남북협력기금이 아닌 국토부 일반회계와 도로공사를 끌어들여 조기 착공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남북 교류협력 관련 한 전문가는 "예타 면제는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이유로 받아놓고 정작 사업비는 일반 예산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모양새가 좀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남측구간의 도로 연결사업이므로 남북협력사업이 아니다"면서 "DMZ(비무장지대) 연결이 목적인 도로사업이 아니므로 기금이 아닌 일반·특별회계를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남북 도로 연결을 통한 물류 등 경제협력을 이유로 사업을 벌여놓고서 이제와 남측구간 사업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은 협력기금 대신 일반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시작하려는 '꼼수'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남북 협력사업 관련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조급증을 낸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현재 특별한 교통수요가 없다. 인근에 있는 기존 도로는 인적·물적 교류를 위해 화물차 등이 다니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정책적인 시급성이 없다"면서 "지금은 대규모 공사를 졸속으로 강행하기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환경친화적인 도로설계나 사업용지 확보 등 사전작업에 힘쓰는 게 옳다"고 조언했다.

    도로 전문가는 긴 안목으로 볼 때 남북을 잇는 도로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자체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고려할 게 적잖다는 견해다. 한국교통연구원 한 전문가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같은) 남북 연결도로는 언젠가는 필요하다"면서 "다만 시급성과 대안도로의 유무, 재원 조달·확보 방안 등을 따져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남북 협력사업 전문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등) 여건상 가장 쉽고 유일하며 현실적인 연결 사업이 도로다. 철도는 전력·신호 등 표준화에 시간이 걸린다. 도로는 단기간에 사업 효율성도 높다"면서 "하지만 국가재정 운용상 혈세를 쓸 곳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개성공단 등 특별한 교통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당장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하는 것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