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처 달려들어 행정절차 단축…12월 중순이후 착공턴키로 강릉역서 우선 시공…타공구는 기본설계 안된 곳도문산~도라산 고속道 이어 임기내 남북연결사업 안간힘
  • ▲ 동해북부선 배봉터널.ⓒ연합뉴스
    ▲ 동해북부선 배봉터널.ⓒ연합뉴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남북 연결을 위한 인프라사업 착공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무리라던 동해북부선 연내 착공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대통령 관심사업을 이유로 착공식을 브이아이피(VIP) 행사로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7일 국토부에 따르면 남북관계 냉각에도 54년만에 복원을 추진하는 동해북부선의 연내 착공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정부는 4·27 판문점선언을 계기로 동해북부선의 끊긴 강릉~제진구간 복원을 추진해왔다. 국토부는 강릉~제진구간 복원에 2조740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총 9개 공구로 나눠 1·2·4·9공구는 설계와 시공을 같은 회사가 맡는 턴키방식으로 추진해왔다. 9공구는 단독응찰로 유찰됐으나 1·2·4공구는 사업자가 선정됐다.

    국토부는 착공 시기를 오는 12월중순이후로 본다. 사업비 2838억원을 투입해 남강릉 신호장∼강릉역 일원 7.7㎞를 건설하는 1공구에서 착공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구간은 계룡건설 컨소시엄에 낙찰됐다.

    동해북부선은 아직 정확한 노선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턴키방식이 아닌 일반사업공구는 기본설계를 위한 설계업체조차 선정되지 않은 곳도 있다. 애초 철도전문가들은 정부가 문 대통령 임기내 착공을 추진한다고 했을때 예비타당성 조사(예타)가 면제됐더라도 기본계획 수립부터 기본·실시설계까지 1년반만에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동해북부선이 강릉·속초 등 4개 지방자치단체를 지나는 데 과거 철도청 시절에 노반을 매각해 토지 수용이 말처럼 쉽지 않은데다 역위치, 도심통과부분, 지하화나 입체화 등 지역사회와 협의해야 할게 한둘이 아니어서 상당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단순히 기존 노선을 복원하는게 아니라 바닷가 연약지반을 피해 안쪽 산악지대로 선형을 다시 설계하고 건설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릴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 우선시공구간을 정해 턴키방식으로 사업을 발주하는 등 문 대통령 임기내 착공을 위해 모든 부처가 달려들어 관련 행정절차 단축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관련부처는 물론 지자체가 사업추진에 적극 협력해왔다"며 "1·9공구를 우선시공구간으로 정하고 패스트트랙으로 실시계획을 시행하는 등 (조기 착공을 위해) 속도를 내왔다"고 설명했다.

    1공구가 착공 장소로 낙점된 배경에는 국가철도공단이 위탁관리하는 철도부지여서 토지보상이 필요 없는데다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수 있는 구간인것도 한몫했다.

    다만 동해북부선은 우선시공구간 이외의 공사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치며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1공구 등을 제외하면) 내년 중반쯤에나 전체 노선의 윤곽이 잡힐 것"이라며 "앞으로 사업진행은 아무도 모른다. 환경영향평가 등을 받으면서 지연될 수도 있다"고 했다. 동해북부선은 2027년말 개통 목표다.
  • ▲ 올 초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 복선전철 개통식에서 KTX 이음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올 초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 복선전철 개통식에서 KTX 이음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사실상 동해북부선 착공이 보여주기식 정치 이벤트로 추진되는 가운데 국토부는 착공식을 VIP 참석행사로 진행하려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착공식은 아직 미정"이라면서도 "VIP 참석행사로 (위에) 얘기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VIP 참석을 위해) 행사장 위치 등을 확인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동해북부선에는 준고속열차까지 투입될 예정이지만 사업분류상 일반선으로 분류된다. 일반선 개통식에 VIP가 참석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철도 개통식 VIP 참석은 고속철도 위주로 이뤄져 왔다. 개통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KTX 호남선 개통식과 경원선 기공식이 대통령 참석 행사로 열렸다. VIP가 불참하는 경우는 중대한 사안에 발목이 잡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4년 KTX 경부선 개통식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관련 사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행사에는 고건 전 총리가 참석했다. 우리나라 117년 철도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체제를 열었던 2016년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식은 황교안 전 총리 참석행사로 진행됐다. 애초 박근혜 전 대통령 참석행사로 추진됐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현정부 들어선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VIP 참석 여부가 갈렸다는게 철도업계 견해다. 문 대통령은 올 1월 강원도 원주역에서 열린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 복선전철 개통식에 참석했다. 애초 국토부 장관 주관행사로 계획됐으나 청와대가 VIP 행사로 격상하면서 문 대통령의 새해 첫 경제 일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개통식에는 새로 도입한 준고속열차 'KTX-이음'(EMU-260)이 투입됐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문 대통령이 시승한 KTX-이음이 저탄소·친환경 열차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덕분에 이날의 주인공은 개통한 중앙선이 아니라 KTX-이음이 됐고 행사를 준비한 철도공단 이사장 대신 코레일 사장이 대통령 옆에서 더 자주 목격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원주~강릉 고속철도(KTX) 개통식에는 불참했다. 당시 청와대가 문 대통령 참석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하다 총리 참석 행사로 격을 낮췄다는 후문이 돌았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복지 예산을 늘리고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대폭 깎으면서 SOC 홀대론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원강선이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목사업을 벌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착공돼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었다. MB정권에서 시작한 SOC 사업의 피날레를 굳이 VIP 행사로 격을 높여 치르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한편 국토부는 문 대통령 관심사업으로 꼽히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사업도 올해안에 조기 착공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