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硏 등 3개기관 '부동산시장 질서확립 대응전략' 보고서집값급등 정부 불필요한 개입 탓...'실정 책임 국민탓 전가'
  • ▲ 문재인 정부 부동산대책.ⓒ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 부동산대책.ⓒ연합뉴스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 이례적으로 현 집값 급등 현상은 정부가 규제·과세 중심의 기존 부동산정책을 답습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선 정부의 가격 통제가 아니라 거래 활성화를 위한 시장 개입 최소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차례 넘게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급등해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719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보고서는 지난해 8월부터 1년여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주관하고 국토연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협력해 작성한 것이다.

    ▲주택정책 및 부동산 산업·조세 정책 ▲부동산 금융정책 ▲부동산 형사정책 등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눠 분야별 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분석하고, 대응전략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우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실패가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간과한 채 기존 규제·과세 중심의 부동산관을 답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택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정책 이념에 따라 조세, 대출 정책의 틀을 바꿨고 공급 정책에서도 공공주도, 민간육성 등 일관적이지 않은 정책으로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부동산정책의 목표는 주택시장 안정과 투기억제 등으로 같고, 정책 수단도 규제지역 지정과 투기억제, 가격규제, 금융, 조세 등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우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요동치는 주택시장을 안정화함에 있어 예기치 못하게 상충하는 정책 방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공공부문의 역할도 아쉽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역대 정부들이 부동산 관련 정책을 설계할 때 정부에서 장악한 공공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다면 공공이 선도해 부동산시장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부문 역시 수치화·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되면서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투기의 주범으로 본 '다주택자' 개념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객관적인 기준이나 사회적인 합의 없이 복수의 주택을 소유한 것만으로 다주택자라고 규정하고종합부동산세 등 조세 중과의 핵심 표준으로 삼았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금융 분야에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주택가격 안정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규제 수준이 변하고 차입자가 중심이 아닌 투기지역 중심으로 규제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자기자본이 부족한 실수요층의 주택 구입 기회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오히려 실정의 책임을 일반 국민의 탓으로 전가하고 부동산을 통한 개인의 불로소득부터 바로잡겠다고 국민을 향해 징벌적 과세 수준의 애먼 칼을 빼든 것"이라며 "퇴로 없는 정책은 저항만 낳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 목표가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며 불필요한 시장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보고서는 "거래절벽, 매물잠김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통·소비와 관련한 규제와 조세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