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문어발식 확장, 독과점 논란전문가들 '정부 규제 이르다' vs '법률 체계 필요하다' 소비자 피해 대안 마련에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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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의 칼끝이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규제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과 ‘새로운 플랫폼 시장에 맞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정부의 규제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의 근거는 카카오의 규모에 있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카카오는 과거 ‘재벌’이라 불렸던 기업집단에 비서 사업 영역이 다양하고 기업집단의 규모도 상당하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성장 중인 기업인 만큼 특별히 정부가 규제를 통해 개입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카카오가 전개 중인 다양한 사업이 독점이 아닌 적절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양 연구원은 “카카오는 네이버와 여러 분야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며 “카카오뱅크는 금융 사업 진출 계획을 갖고 있는 네이버와 기존 은행들과도 경쟁 중이다. 시장의 ‘경쟁’이란 측면에서 큰 문제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 업자가 확장을 시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특정 사업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 이를 이용해 수요·공급시장에서 크리티컬 매스(임계점)를 확보해 네트워크 효과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선한 독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선한 독점이 이뤄질 경우 소비자의 검색 비용을 낮추거나 많은 공급자를 모아 편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는 무조건적으로 시장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연구원의 경우 “카카오가 삼성전자의 규모가 되면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신 교수는 카카오의 시장 독점을 경계했다. 그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카카오의 이 같은 사업 전개 방식이 소비자의 효용을 낮추거나 시장을 왜곡하는지 여부”라며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둬야 성장한다는 개념도 일부 맞지만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려면 시장 획정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상태에서 카카오의 지배력을 어떻게 평가할지 개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카카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개별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카카오의 경우 수익 극대화를 위해 CIC(사내독립기업)와 M&A(인수합병)를 적극 활용한다. 이를 통해 국내 초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다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개별 시장의 다양한 플레이어들과의 공동 상생 발전을 꾀하는 노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플랫폼과 연결된 다양한 시장과 공동상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카카오의 혁신이나 확장도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혁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카카오는 2020년 공정위 공시기준 계열사가 21개 증가해 국내 기준 총 118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이는 대기업집단 중 SK(148개) 다음가는 수치”라며 “이러한 급속한 국내 사업 확대는 시장에서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더불어 계열사 업무영역의 상당 부분이 종래 중소기업의 영역이거나 소상공인과 관련되면서 거래상 지위 남용 등 불공정거래행위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영향력이나 사회적 가치,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을 고려한 비례적인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 환경에 맞는 새로운 규제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

    최 교수는 “플랫폼과 플랫폼으로 연결된 시장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규제 수단만으로는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며 “강제적인 규제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율규제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또한 중소사업자나 스타트업의 목소리가 카카오에 전달되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통로를 정부나 국회 등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카카오 내 핵심 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외의 경우 모회사의 자회사의 동시상장은 주주의 이익을 해한다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라며 “카카오를 중심으로 지주회사화 되는 상황에서 회사의 핵심적인 신규사업에 대한 제한 없는 물적분할은 장기적으로 대주주의 자금투입 없는 지배력 확대와 주주의 이익을 해한다는 점에서 규제 필요성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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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무분별한 사업 전개 및 불법 행위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 교수는 “기본적으로 어떤 시장의 독점력을 이용해 공급자에게 강제 요금을 부과하거나 소비자에서 선택할 수 없는 서비스를 강요할 경우 문제가 된다”며 “카카오의 행위가 소비자의 효용을 낮추는지 주목해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산업자본인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31.6%에 이른다. 이는 은산분리 원칙의 예외로 인터넷은행 특별법 제정에 기인한 것”이라며 “입법 당시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존 은행에 비해 대주주 요건 등을 상당히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법안 제정 당시 예상하지 못한 카카오의 산업 전 부분으로의 빠른 확장과 카카오뱅크의 급속 성장으로 기존 대형은행이 인터넷 은행의 추가적인 인가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인터넷 은행 도입 초기 목표의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만큼 향후 금융소비자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 은행 대주주 요건을 은행법 수준으로 환원하는 등 정상화 수순을 밟는 장기플랜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