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기준 저유동성 종목만 대상 금융당국 조사 결과에 의구심 제기 13곳 시장조성 의무면제 신청, 반발
  • ‘시장질서 교란’ 의혹에 휘말린 시장조성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거래소에서 지정한 종목을 대상으로 적법하게 시장조성에 참여한 만큼 과징금 통보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국은 지나치게 반복적인 정정 주문이나 취소가 발생한 종목 위주로 살폈으며, 고유동성 종목으로 특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국내외 증권사 9곳에 시장질서 교란 혐의를 적용해 총 48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당국의 이 같은 조사 결과에 증권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거래소에서 지정한 종목을 대상으로 시장조성에 참여했으며, 금감원이 주장하는 저유동성·고유동성 종목에 대한 뚜렷한 기준점 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체 모니터링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당국의 모니터링 설정 구간에 따라 저유동성과 고유동성 종목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급락장 이후 비선호 업종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저유동성 종목들의 거래가 늘어난 것까지 고유동성 종목으로 집중됐다고 판단해선 안된다”고 짚었다.

    거래소는 선정일이 속하는 연도의 전년도 10월부터 해당연도 9월까지의 거래실적 등을 감안해 시장조성 대상을 선정한다. 예를 들어 올해는 2019년 10월부터 작년 9월말을 기준으로 시장 모든 종목에 대해 유동성 평가를 마친 뒤 연초 발표하는 수순을 거쳤다. 모든 시장조성 종목은 1년간의 데이터 분석을 거쳐 결정되며, 다음 선정기간까지 유지된다. 다만 올해부터 2분기 연속 회전율(15% 초과)이 개선되면 시장조성 대상 종목에서 제외하는 시장조성 졸업제도를 도입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과징금 통보에 해당 증권사들은 시장조성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위법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거래소는 신청 증권사를 대상으로 시장조성 의무를 면제토록 했다. 총 14곳 중 13곳이 시장조성 의무 면제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관계자는 “거래소 측의 시장조성 의무 면제 신청 배경에는 이러한 의구심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체 점검에선 문제가 없었던 만큼 거래소 입장도 난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조성 증권사들의 반발에 대해 금융당국은 오는 16일까지 의견 진술 기간을 늘렸으며, 제출된 진술 내용에 대해 참작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당국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부 사정을 재차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과징금 부과 조치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거쳐야 확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반복적인 정정 주문과 취소 등이 발생한 종목 위주로 살폈다”며 “의견 진술 등을 거친 뒤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지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조성 증권사를 둘러싼 위법 혐의가 종결되기 전까지 선뜻 시장조성 활동에 나설 증권사는 없을 것이다.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은 상황에서 증권사에 대한 신뢰만 떨어질 것”이라며 “그간 거래소 차원에서 관리점검한 부분에 대해 당국의 입장이 상충된 만큼 제도적 허점을 바로 잡을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