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반발한 이자 상환 유예까지 6개월 연장연장배경, '자영업자 생사기로‧대선 감안한 조치' 부실 미룰 뿐, 은행 "부실여신분류 이제라도 해야"
  • ▲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부착된 서울 을지로의 한 상점ⓒ연합뉴스
    ▲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부착된 서울 을지로의 한 상점ⓒ연합뉴스
    당정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원금 상환 유예뿐만 아니라 금융권이 반발했던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6개월 재연장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영업이 악화돼 생사기로에 놓인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연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표심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금리인상까지 겹쳐 대출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됐을 경우 그동안 가려졌던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시행되면서 만기연장 209조7000억원, 원금 상환유예 12조1000억원, 이자 상환유예 2000억원 등 총 222조원이 지원됐다.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 연장은 이번이 세번째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금융권이 참여한 코로나19 금융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6개월 단위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두차례 해왔다. 

    금융당국은 이번 세 번째 연장과 함께 향후 정상화를 위한 연착륙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프리워크아웃 제도의 지원 대상을 개인사업자에서 중소법인으로 확대하고,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 제도도 다중채무자에서 단일채무자로 넓힌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이자 감면 대상을 확대하고 신복위는 이자 감면폭을 확대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이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있으므로 부실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지원이 끝나는 시점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미리 적립했다. 대손충당금은 향후에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을 의미한다. 

    올해 상반기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55.1%로 전분기말과 비교해 17.7%포인트 상승했고,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33.8%포인트 올라 손실흡수력을 높였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고 있고 금리인상까지 겹쳐 대출 만기연장 조치가 종료됐을 때, 연체율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은행의 6월 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은 역대 최저치인 0.54%를 기록했다. 전분기말 대비 0.0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상반기부터 부실채권비율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출만기와 원금·이자상환 유예 연장의 효과로 인한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은행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이자도 못 갚은 부실기업(이자보상배율 100% 미만 기업)이 34.5%로 늘어나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은 조사 대상 2520곳 중 39.7%로 전년 말보다 4.6% 상승했다. 부채비율 200%를 넘는 기업도 15.3%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도 못내는 기업은 사실상 좀비기업인데 정부의 이자유예조치로 여신 분류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원금·이자 상환 유예 기간이 긴 차주는 부실이 갈수록 커지고 대출 상환을 못 하는 기업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금융권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장으로 부실 위험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늘어난 기간만큼 확대된 리스크를 은행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실기업의 환부만 덮은 채 다음정권에 폭탄 떠넘기기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미 코로나 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부담이 커지면 대규모 부실채권이 발생하고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이제라도 금융사들이 자체 여신에 대한 정밀 분류작업을 하고, 자율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가계대출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