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효과·MZ세대 관심 중개형 ISA 가입 증가 7월 말 은행 가입자 수 추월, 무브머니 가속도 11곳 증권사 마케팅 경쟁 치열, 고객 유인 탄력
  • 증권사 중개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 가입자 수를 훌쩍 넘기면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탄력을 받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증권사의 ISA 가입자 수는 128만738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 가입자 수(97만65명)를 31만명 가량 웃도는 규모다. 은행 가입자 수를 추월한 것은 2016년 3월 ISA제도가 시행된 뒤 처음이다.

    세법 개정안을 통해 비과세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증권사 유입 고객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ISA의 경우 주식에는 투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증권사에서 주식투자도 가능한 중개형 ISA를 출시하면서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에 가입한 투자자는 작년 말 기준 15만5562만명에 그쳤다. 이후 ISA로 주식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올해 들어 113만여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 가입자 수는 178만3000명에서 81만명 줄었다.

    중개형 ISA 누적 가입자 수는 2월 말 1만5000명에서 7월 말 122만명으로 80배(8033%) 급증했다. 반면 신탁형은 같은 기간 177만명에서 78만명, 일임형은 29만명에서 25만명으로 가입자가 줄었다.

    MZ세대들이 중개형 ISA의 성장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 말 기준 중개형 ISA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45%다. 주식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MZ세대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증권사를 통한 ISA 가입자 수 증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이 중개형 ISA를 처음 출시했다. 초반 대형 증권사들이 빠르게 선점 경쟁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중형 증권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졌다는 평가다. 중개형 ISA를 취급하는 증권사는 지난 7월 8개사에서 이달 11개사로 늘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유인이 큰 만큼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편입 종목 역시 배당 수익을 노리거나, 장기 투자를 위한 안정성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예고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ISA로 국내 주식이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 투자해 발생한 차익 소득에는 공제 금액 한도 없이 만기 때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그 외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이 ISA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익을 통산해 순이익 200만원(서민·농어민형 400만원)까지는 과세하지 않는다.

    한편 기존 ISA 가입자들이 중개형 ISA 계좌로 이전하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 이탈을 우려한 은행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은행에 있던 ISA 계좌를 증권사가 운용하는 중개형 ISA로 옮기려면 10가지 이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중 팩스를 통해 서류를 전송해야 하는 작업만 4번이다. 고객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계좌 이전을 신청하면 증권사는 기존 계좌가 있던 은행과 팩스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