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투, 이달부터 해외주식 서비스 개시…IBK證 내달 오픈고객 편의 위해 차별화 고심, 중장기 수수료 수익 다각화 기대국내증시 부진 틈타 상반기 해외주식 결제대금 작년규모 돌파
  • 중소형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서학개미들의 니즈를 겨냥해 편의성을 한층 높인 시스템을 선보이며 후발주자로서 고심을 거듭한 흔적이 역력하다. 해외주식 브로커리지가 비즈니스 한 축으로 안착한 가운데 중장기 수수료 수익 다각화 전략도 속도를 낼 것이란 시각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이달 13일부터 해외주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미국과 중국, 홍콩 3개국 주식거래가 가능하며, 빠른 주문처리를 위해 유사시장가를 도입하는 등 주문 유형 다양화를 추진했다. 유사시장가는 거래소에서 지원하는 주문유형은 아니지만, 매수 시 현재 거래되는 가격보다 높은 지정가로 주문을 수행함으로써 시장가 주문과 동일한 형태로 적용된다. 

    예약주문 기능도 강화했다. 다양한 시간대별로 예약주문을 접수할 수 있으며, 일반주문에서 지원하는 주문유형을 대부분 예약주문에서도 가능토록 했다. 일부 타 증권사의 경우 장개장시 지정가로만 예약주문을 받고 있으며, 이를 보완해 고객 편의를 끌어올린 조치라는 설명이다. 

    해외주식 장벽 완화 서비스로 평가받는 통합증거금 도입도 눈에 띈다. 국내주식 매도 시 매도·대금으로 미국과 홍콩의 주식 매수가 가능하다. 오는 12월부터는 외화를 보유하고 있으면 별도 환전없이 국내주식 매수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개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신영증권은 6월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오픈한 이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개편 작업을 병행하며 직관적 화면과 편리한 매매 기능을 선보였다. 

    미국주식은 MTS, HTS, 영업점을 통해 주문 가능하며, 유럽·홍콩·일본 등 그 외 국가는 영업점에서만 거래된다. 심플한 화면 구성을 콘셉트로 한 MTS는 ESG, 2차전지, 배당 등 트렌드를 반영한 키워드 검색 기능을 탑재했다. 

    작은 모바일 화면 속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은 HTS로 배치했다. ETF(상장지수펀드) 특화 검색, 배당금 시뮬레이션 등이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배당주기가 짧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고객은 보유하고 있는 전 배당종목을 대상으로 예상수익금을 추산할 수 있다. 비교적 화면이 복잡한 만큼 HTS에서 확인 가능하다. 

    하이투자증권은 기존 중국과 홍콩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해오다 올해 2월부터 미국 시장까지 확대했다. 고객 니즈에 따라 미국주식 매매서비스 개시 후 새롭게 유입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유의미한 성과가 보이는 만큼 향후 해외주식 서비스 강화를 위한 전략을 지속 선보일 방침이다. 

    IBK투자증권은 내달 중 미국과 홍콩, 중국 주식 중개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며, KTB투자증권도 연내 서비스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외화증권 시장 확대 영향이다. 국내주식 투자 열풍이 주춤해진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결제대금은 2077억4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해외주식 결제대금(1983억2000만달러)을 이미 넘긴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증권사(59곳)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은 4567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2224억원) 대비 105%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가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길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식 브로커리지가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안착했다. 위탁수수료 내 비중은 10% 수준에서 유지되며 일부 증권사들은 15%를 상회한다”며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는 팬더믹 이전의 국내 위탁수수료의 절반 수준에 해당한다. 수수료 경쟁과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의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뒤늦게 서비스 개시에 나선 것은 비용 대비 효용성 측면에서 수익을 낼 것이란 판단이 반영됐다. 다만 무작정 도입하는 게 아니라 그간 고객 불편 사항을 분석해 편의성을 극대화한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며 “대부분 증권사들이 공통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만큼 개선 작업을 거듭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장기적으로 충성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