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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中企 공동근로복지기금 생색내기 전락…신청취소 '갑질' 논란도

노동부·근로복지공단, 상반기 174개 공동복지기금에 250억 지원
참여 저조하자 작년 출연금 '100% 매칭' 지원…기금설립 9배↑
지원금 부족하자 1년 만에 "지원금 못받을 수 있다" 슬며시 변경
출연금 적거나 축소하면 신청취소 종용…단순안내 vs 월권 논란 예상

입력 2021-09-28 14:52 | 수정 2021-09-28 15:29

▲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 의료지원비 지원.ⓒ연합뉴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 강화를 위해 도입한 공동근로복지기금(이하 공동복지기금) 지원사업이 생색내기식 전시행정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참여가 저조하자 출연금에 대한 매칭지원 규모를 100%로 확대했다가 신청이 몰리자 1년 만에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다며 지원금 규모를 소리소문없이 손봐 행정편의주의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공단은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을 받게 된 중소기업들이 반발하자 아예 신청을 취소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드러나 '갑질 논란'까지 낳고 있다.

28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차 공동근로복지기금지원 심사위원회에서 상반기 총 174개 공동복지기금에 25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공동기금에 참여한 1106개 중소기업 근로자 18만명이 학자금·의료비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동복지기금은 기업별 사내근로복지기금제도가 재정 여건이 좋지 못한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보고, 2명 이상의 사업주가 공동기금법인을 세워 함께 기금을 조성하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지원하겠다며 2016년 도입했다. 노동부는 사업시행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1981개 중소기업 근로자 19만명에게 총 202억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의 지원방식이 오락가락해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노동부와 공단은 사업 초기 중소기업의 참여가 저조하자 지난해 지원금 규모를 출연금에 대한 1:1 연결(매칭) 지원방식으로 바꿨다. 기존 지원비율은 50%였다. 지원한도도 대폭 늘렸다. 사업주와 대기업 등 원청기업의 출연금에 2억원을 각각 매칭 지원하던 것을 사업주 출연금에 대해선 최대 20억원, 원청 출연금에 대해선 최대 10억원을 보조해주기로 했다. 지원기간도 3년에서 최대 5년으로 확대했다.

지원금 규모가 대폭 확대되자 중소기업의 반응은 뜨거웠다. 2019년까지 4년간 77개 설립됐던 공동복지기금은 지난해에만 182개가 만들어졌다. 4년간 평균 19.3개의 9.5배나 급증했다. 올해도 8월 현재 86개가 설립됐다.

▲ 공동근로복지기금 지원실적.ⓒ노동부

문제는 신청수요는 폭증했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올해 예산으로 292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보다 15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올해 174개 공동기금을 지원한다는 목표인데 상반기에 접수된 기금만 2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저조했던 사업의 판을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충분한 예산 확보에 실패하자 1년 만에 지원금 규모를 슬그머니 조정했다. 100% 매칭지원을 '최대 100%' 또는 '100% 범위내' 지원으로 바꾼 것이다. 게다가 지원금이 출연금에 못 미치거나 전혀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며 2019년 기준 노동부 법정외 복지비용의 절반(85만원)을 근로자 1명당 지원금 규모로 제한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렸다.

지난해처럼 1:1 매칭을 염두에 두고 사업 참여를 준비하거나 협력사 참여를 독려했던 중소기업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A중소기업 관계자는 "파트너기업들과 기금을 공동조성해 참여한 후 직원들 호응이 좋아 다시 신청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갑자기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게 나올 거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미 직원들에게 사업계획을 공표한 터라 약속을 어겨야 할지, 다른 데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해서라도 약속을 지켜야 할지 난처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지원금 축소로 복지기금 조성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B중소기업 관계자는 "공동기금을 출연하기로 약정하고 사업계획서를 냈으나 지원금 규모가 너무 작어 (직원과 협력사에 미안하지만) 아예 증자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 근로복지공단.ⓒ뉴시스

일부 기업은 공단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서류를 요구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주장한다. 지원금이 기금 출연 약정금액에 크게 미달하는 경우 사업신청을 자발적으로 취소한다는 일종의 확인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C중소기업 관계자는 "출연 약정금액에 크게 못 미치는 지원금이 결정됐다며 그거라도 받을지 아니면 상반기 신청을 취소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나중에 공인노무사를 통해 따로 (기업이) 신청취소 확인서를 써줄 필요가 없다는 얘길 듣고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로선 공단에서 전화가 와서 뭔가 잘못됐다고 하면 겁부터 난다"면서 "자세한 상황설명도 없이 기업이 신청을 잘못한 것처럼 말하는 데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심사를 거쳐 지원이 안 되면 부지급 결정을 통지하면 된다"며 "일종의 민원 취하서처럼 취소 확인서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노무사는 "(기업이)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최악에는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공단으로선) 귀찮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생각으로 일종의 확인서를 받았을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지원금이 예상보다 적지만 근로자 복지를 위해 출연금 규모를 줄여서라도 사업에 참여할지를 망설이던중 공단으로부터 신청 취소를 종용받았다고 주장한다. 기금을 적게 낼 거면 아예 상반기 신청을 하지 말고 하반기에 기회를 노려보라고 했다는 것인데 중기대표와 공인노무사들은 이는 조언이 아니라 일종의 월권이라고 지적한다. 한 공인노무사는 "기존에는 심사를 형식적으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예산이 부족하자 따로 심사평가표를 도입했다"면서 "출연금 규모가 클수록 점수를 높게 받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정부로선)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아무래도 대기업이 참여해 기금을 많이 출연하는 모양새가 원·하청 상생협력을 홍보하기에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줄어든 지원금에 맞춰 출연 약정금을 축소하려는 경우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사업비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 달라고 했던 게 와전된 것 같다"며 "(중소기업끼리 모여 신청하면 대기업이 참여하는 경우보다) 뒷순위로 밀려 불이익을 당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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