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물가관계차관회의 소집…"연말까지 최대한 동결 원칙"11월 도시가스 인상 급제동…"시내버스 등 지방공공요금도 관리""우윳값, 인상시기 최대한 분산…연내 달걀 도매시장 개설 추진
  • ▲ 물가 인상.ⓒ연합뉴스
    ▲ 물가 인상.ⓒ연합뉴스
    물가 예측에 실패한 정부가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압력에 부랴부랴 공공요금 동결 카드를 꺼냈다.

    정부는 29일 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었다. 이 차관은 "어려운 물가 여건을 고려해 이미 결정된 공공요금을 제외한 나머지 요금은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전기세 인상으로 제기됐던 공공요금 도미노 인상 우려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다음 달 중 논의될 11월 도시가스 요금 인상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일각에서 제기된 철도요금·고속도로 통행료 등의 인상과 관련해 사전협의 절차 진행된 게 없다고 부연했다. 또한 재정당국은 가스(소매), 상하수도, 시내버스·지하철, 쓰레기봉투 등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지방공공요금도 되도록 4분기 동결을 원칙으로 적극 협의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윳값 인상 여파와 관련해선 "업계와 소통해 인상 시기를 최대한 분산하고, 치즈·빵 등 기타 가공식품으로 연쇄적인 가격 인상 분위기가 확산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원유(原乳) 가격 결정구조 개선 방안도 연내 속도감 있게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농·축·수산물 가격 인상을 주도해온 달걀도 올해 안에 도매시장 개설 등 가격결정 구조를 손질한다는 견해다.

    정부는 또한 알뜰주유소 비중이 낮은 광역시 이상 대도심을 중심으로 알뜰주유소 신규 전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 ▲ 도시가스.ⓒ연합뉴스
    ▲ 도시가스.ⓒ연합뉴스
    이날 회의는 금요일로 예정된 것을 이틀 앞당겨 열렸다. 최근 물가 들썩임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가 불안심리가 좀 더 확산하면 자칫 편승 인상,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 27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는 2.0% 오른 배럴당 75.45달러에 거래됐다. 북해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79.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 2018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에너지와 관련된 주요 공공요금의 인상 요인이다.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올랐다. 2012년 4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대 상승률은 지난 4월(2.3%) 이후 다섯달째 이어졌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7.8%)과 함께 그동안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휘발유(20.8%), 경유(23.5%) 등 석유류(21.6%) 가격이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급등했다.

    설상가상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지난 23일 올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전분기(-3원)보다 3.0원 오른 kWh당 0.0원으로 책정했다. 2013년 11월 이후 8년여만에 전격 인상을 결정했다. 대표적인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이 오름에 따라 공공요금 도미노 인상 우려가 제기됐다.

    애초 정부는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기저효과로 말미암아 올 2분기 일시적으로 2%를 웃돌 거라고 발표했었다. 하반기부터 기저효과가 빠지고 햇과실 등이 공급되면 연간으로는 물가관리 목표치(2%)를 웃돌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관련 전망을 보면 정부의 전망이 빗나갈 공산이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1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 소비자물가 전망을 2.2%로 기존보다 0.4%포인트(p) 올려잡았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달 26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5월·1.8%)보다 0.3%p 높은 2.1%로 수정한 바 있다. 올해 물가가 2%를 넘으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물가안정 목표치(2%)를 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석유류 등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고 있다"면서 "공급 요인의 영향이 점차 줄어들고 상방압력이 다소 둔화하는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OECD는 최근 경제전망에서 주요 20개국(G20)의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5%p 높인 3.9%로 전망하며 "(글로벌) 소비자물가가 내년 4분기 정점을 찍은 후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공급 능력이 향상되면서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발언하는 기재 차관.ⓒ연합뉴스
    ▲ 발언하는 기재 차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