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물가 2.5%↑…추석 여파 고려시 그나마 선방근원물가 1.9%↑…일곱달째 1%대·2% 진입 눈앞코로나4차 유행에도 외식↑…내달 전기료 인상 예고
  • ▲ 물가 비상.ⓒ연합뉴스
    ▲ 물가 비상.ⓒ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지난달까지 여섯달 연속으로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추석이 끼어있어 물가 변동폭이 커질 수 있었으나 연중 최고치(2.6%)를 찍은 지난 7·8월보다는 상승률이 소폭 내렸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공업제품이 물가를 밀어 올렸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남아 있어 달걀 등 농·축·수산물가격도 여전히 상승세를 견인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여파로 전세는 17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기저효과가 풀리고 하반기 햇상품 등이 출하하면 물가가 안정될 거로 전망했으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일곱달 연속 상승하며 2%대 진입을 엿보고 있어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갑자기 뚝 떨어지진 않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6일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83(2015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 올랐다. 2%대 상승률은 지난 4월(2.3%) 이후 여섯달째 이어졌다.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11개월 연속 2% 이상을 기록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여섯달 만에 1%대로 올라선 후 넉달 연속 0%대에 머물다 올 2월(1.1%)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3분기(7∼9월) 물가 상승률은 2.6%다. 2012년 1분기(3.0%) 이후 최고치다.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상품은 3.2%, 서비스는 1.9% 각각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3.7%)과 공업제품(3.4%)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두달 연속 상승했던 전기·수도·가스는 1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에도 농·축·수산물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지난 1월(10.0%) 이후 이어지던 두 자릿수 오름세는 7월 이후 한 자릿수 상승률로 둔화하는 모습이다. 달걀(43.4%), 상추(35.3%), 마늘(16.4%), 돼지고기(16.4%), 쌀(10.2%), 수입쇠고기(10.1%) 등의 상승 폭이 컸다.

    농산물은 1년 전보다 0.6% 내렸다. 채소류가 12.2% 하락했다. 채소류 내림 폭은 7월(-0.8%), 8월(-11.5%)에 이어 커졌다. 반면 축산물(13.9%)은 올랐다. 달걀이 여전히 상승을 이끌었다. 1월(15.2%) 이후 아홉달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AI 여파로 공급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정부는 달걀 가격 상승에 대응하고자 지난 6월 수입 물량을 7000만개로 확대했다. 가격 안정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진 않는 모습이지만, 오름폭은 7월(57.0%), 8월(54.6%)보다 둔화했다. 무(-44.7%), 배추(-40.3%), 파(-32.4%), 풋고추(-23.8%), 양파(-11.9%), 토마토(-10.5%) 등은 가격이 내렸다.

    3.4% 오른 공업제품은 2012년 5월(3.5%) 이후 9년4개월 만에 최대 상승했다. 석유류(22.0%)의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지난해 3월(1.3%) 이후 처음으로 일곱달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오름폭도 7월(19.7%), 8월(20.8%)보다 커졌다. 한동안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휘발유(21.0%), 경유(23.8%), 자동차용LPG(27.7%) 등이 국제유가 상승 추세에 따라 급등했다. 가공식품(2.5%)도 올랐다. 라면(9.8%), 침대(8.6%), 주택수선재료(7.3%), 빵(5.9%) 등도 1년 전보다 상승했다. 반면 여자학생복(-74.4%), 남자학생복(-74.1%), 헤어드라이어(-26.7%), 세탁기(-8.4%), 휴대전화기(-8.3%), 중형승용차(-3.2%) 등은 가격이 내렸다.

    전기·수도·가스는 상수도료(0.9%), 도시가스(0.1%)가 올랐다. 전기료(-0.3%)는 내렸다. 다만 지난달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올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전분기(-3원)보다 3.0원 오른 kWh당 0.0원으로 책정해 요금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서비스 부문에선 공공서비스(0.1%)와 개인서비스(2.7%) 모두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국제항공료(8.8%), 외래진료비(1.8%)는 오르고 고등학교납입금(-99.9%)과 휴대전화료(-0.6%)는 내렸다.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9.6%)와 생선회(외식·8.3%), 공동주택관리비(4.6%), 구내식당식사비(4.6%)가 올랐다. 반면 학교급식비(-99.9%)와 병원검사료(-21.5%), 학교보충교육비(-7.4%), 승용차임차료(-4.5%)는 내렸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3.1%)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7월 셋째 주부터 강화된 거리두기가 적용됐는데도 7월(2.5%), 8월(2.8%)보다 오름폭이 컸다.

    집세(1.7%)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2.4%)와 월세(0.9%) 모두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려 전세는 지난해 5월 이후 17개월 연속, 월세는 1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오름폭도 꾸준히 커지는 모습이다.
  • ▲ 9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연합뉴스
    ▲ 9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연합뉴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08.2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상승했다. 2016년 4월(1.9%) 이후 5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 3월 넉달 만에 1%대로 반등한 후 일곱달 연속 1%대를 유지했다. 오름폭도 커져 2%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07.47로, 지난해보다 1.5% 올랐다. 지난 3월 반등 이후 일곱달째 상승세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109.85로, 1년 전보다 3.1% 급상승했다. 식품(2.9%)과 식품 이외(3.2%) 모두 올랐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2.5% 내렸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1.0%)와 신선과실(8.3%)은 오르고 신선채소(-12.3%)는 내렸다. 전월과 비교하면 신선어개(0.9%), 신선채소(14.2%), 신선과실(0.9%) 모두 올랐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전북·제주(3.0%), 울산·강원(2.9%), 광주(2.8%), 부산·경북(2.7%), 대전·경기·경남(2.6%), 대구·인천·충북·전남(2.5%), 충남(2.4%), 서울(2.0%) 등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인플레 우려는 여전하다. 애초 정부는 올 2분기 코로나19 쇼크에 따른 기저효과로 말미암아 물가가 2%를 일시적으로 웃돌겠으나 하반기부터 기저효과가 빠지고 햇과실 등이 공급되면 연간으로는 물가안정목표(2%)를 웃돌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국내외 관련 전망을 보면 정부의 전망은 사실상 빗나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 소비자물가 전망을 2.2%로 기존보다 0.4%포인트(p) 올려잡았다. 앞서 한국은행도 8월26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5월·1.8%)보다 0.3%p 높은 2.1%로 수정한 바 있다. 올해 물가가 2%를 넘으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일각에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소비가 다시 감소세를 보이면서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반도체를 선두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착시효과가 있을 뿐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내수 경기는 회복이 더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