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잠정합의안 부결'동결' 대우조선 격앙… "파업불사"중대재해법 사내규정도 미제
  •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자료사진
    ▲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자료사진
    해마다 반복되는 조선업계의 임금협상이 올해도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각 조선사들이 세운 수주량을 초과달성하는 등 실적향상이 기대돼 난항이 예상된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현대미포조선은 노사가 잠정도출한 임금협상안이 노조원 전체 투표에서 부결됐다. 협상안에는 기본급 1만7000원 인상, 격려금 200만원 등이 담겼지만 찬성률은 44.1%에 그쳤다.

    현대미포조선은 그동안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의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중 안정적인 노사 협상 분위기를 나타내 왔다. 때문에 사측도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삼호중공업과의 협상에서 현대미포조선과의 협상안을 제시하며 노조를 설득하는 방식을 활용해 왔다.

    상대적으로 온건노조로 평가받는 현대미포조선의 협상 불발은 지난 7월 극적 타결된 현대중공업의 2년치 임금협상에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9년과 2020년 인상안을 놓고 2차 합의안까지 부결되며 전면투쟁에 돌입했다. 울산 조선소 크레인까지 점거한 전면파업 결과 지난해 기본급 1만8000원을 인상하는 성과를 얻었다. 반면 먼저 협상을 끝낸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임금이 동결됐다. 노조 관계자는 "미포조선 노조가 노사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건 7년 만의 일"이라며 "같은 그룹 계열사지만 처우가 다른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올해 임단협을 벼르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 테이블에는 수주 급증에 따른 인력 충원 및 정년 연장도 안건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안전시설 및 사내 규정에 대한 논의도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울산 조선소에서 열린 8차 교섭이 진행되는 와중에 60대 협력업체 근로자가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협상 때도 임금인상폭이 적다는 노조원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내년부터 일감이 늘어하는 만큼 이번 협상은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인수합병을 앞둔 대우조선해양의 분위기는 더 심각하다. 올해 임단협에서 18차까지 이어진 교섭 끝에도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사측이 적자 가중과 원자재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동결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적자 기업에 대한 임금인상에 부정적이다.

    여기에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겹치면서 연말을 앞두고 대규모 파업사태도 우려된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달 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조선업계는 임금인상을 두고 갈등을 반복하고 있어 생산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업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