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해수부 업무 침해" vs "담합 매뉴얼 없어 관리 못한 것"제2 한진해운 사태 우려…문성혁 "아픈 기억, 해운법 개정 소통할 것"해상풍력 사업추진 '주먹구구'…허가지역 34곳 중 33곳 입지 부적합
  • ▲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연합뉴스
    ▲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연합뉴스
    7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주먹구구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입지정보도 구축은 지연되고 있고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지역 대부분이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운사 공동행위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800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나선 것과 관련해선 공정위가 도를 넘는다는 견해와 해수부가 관리를 잘 못 했기 때문이라는 질책이 동시에 나왔다.

    ◇사업허가지역 대부분 황금어장·주요 선박통항로 등 부적합

    이날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지난해 7월17일 열린 '그린뉴딜 및 해상풍력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문성혁 해수부 장관 등은 해상풍력을 활성화하면서 어민 피해도 최소화하겠다며 입지에 대해 평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지난해 말까지 구축한다던 입지정보도는 어떻게 됐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문 장관은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구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전국에서 해상풍력발전사업이 97개 추진된다. 거의 20기가와트(GW)에 해당한다"며 "신안 연안에 1000개를 심는다는 8메가와트(MW)급 풍력발전기 크기가 240m 남짓인데 63빌딩 높이와 맞먹는다. 이들 사업이 전부 현실화했을 때 발전기 주변 통행금지구역이 5000㎢쯤으로 전체 연안의 10%나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전국 97곳 중 산업통상자원부 허가가 난 곳이 43곳인데 산업부와 해수부에 자료를 요구해도 위치를 알 수 있는 곳이 33곳밖에 없다"면서 "입지정보도가 구축되지 않아 이들 (33곳에 대한) 입지적정성 등을 알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문 장관도 "아직 입지정보도를 구축 중으로 입지 적정성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입지정보도 구축이 안 된 상황에서) 전문가 도움을 받아 어업활동 상위 20%에 해당하는 해역과 어장구역 등 입지 적정성을 판단할 기준 4가지를 마련했다"면서 "이를 토대로 33곳의 입지를 검토해보니 단 1곳(3%)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입지선정 고려기준은 △어선밀집도 △어획량 △해상교통안전 △법정구역 등이다.

    같은 당 홍문표 의원은 "정부가 해상풍력 단지를 엄청 세우는 데 이게 어민 소득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국가 차원에서 한다지만, 어민들의 경제적 파생 손실은 어떻게 하느냐. 해수부의 역할이 없다.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 ▲ HMM 알헤시라스호.ⓒ해수부
    ▲ HMM 알헤시라스호.ⓒ해수부
    ◇"해운 담합 과징금 부과 땐 소규모 선사 도산할 것"

    공정위와 갈등을 빚는 해운사 공동행위와 관련해선 해수부를 편드는 의견과 질책하는 견해가 동시에 나왔다.

    공정위는 지난 5월 HMM(옛 현대상선) 등 해운사 23곳에 심사보고서를 보내 노선 운임과 관련한 담합에 과징금 8000억원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국내 해운사 12곳과 해외 해운사 11곳이 지난 2003~2018년 16년 동안 한국과 동남아시아 노선 운송료를 담합했다는 내용이다. 과징금 8000억원은 이 기간 발생한 매출액의 8.5%~10%에 달하는 금액이다. 과징금 부과는 조만간 열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해운업계는 합법적 운임 공동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해수부도 해운사의 공동행위 자체는 해운법에서 인정이 되는 사안이라는 견해다. 문 장관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공정위가 해운업법 대하는 것이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며 "전 세계적으로 해운사의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데에는 업종의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 농해수위 소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해운 공동행위 허용'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해운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규제 권한을 해수부가 갖고,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은 "공정위가 오버한다. 해수부가 제재 권한을 갖는데 공정위가 갑자기 덤벼 업무를 침해한다"면서 "만약 한중 노선까지 포함하면 과징금은 조 단위로 늘어날 수 있다. 소규모 선사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과징금이 현실화하면) 제3국에서 우리 선사에 과징금을 매기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며 "한진해운 도산 이후 얼마나 오랫동안 국익 손실은 물론 애로사항이 얼마나 많았냐. 한진해운 사태가 다시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해운사 공동행위는 화주가 싼 운임을 요구할 때 권익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다"며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수 있게 (해수부가 권익위와) 잘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위성곤 의원은 "공정위가 얘기하는, 신고하지 않은 여러 가지 사안들이 120건이라고 하는데, 해수부는 이를 공동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냐"고 물은 뒤 "해수부가 담합행위에 대한 매뉴얼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를 잘 못 해서 지금의 사태가 온 것이다. 매뉴얼을 만들려고 지금에서야 용역을 하겠다는 게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한진해운 파산의 아픈 기억이 있고, 학습효과도 잊지 않고 있다"면서 "해운법 개정 관련해 이견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해소를 위해 관계부처와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문 장관은 "올해 말에는 해운 매출액 40조원과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 105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를 달성할 예정"이라면서 "주요 해운지표가 한진해운 파산 이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