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 해운법 강행… 위헌 논란공정위도 제재 부담… 전원위 잠정 보류국적선사와 긴밀한 구 회장 중재자로 나서…靑 요청설
  •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자료사진
    ▲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자료사진
    8000억원에 달하는 해운사 과징금 부과를 두고 공정위와 국회의 대립각이 날카로워 지고 있다. 양측 다 정당한 논리를 제시하고 있고 물러설 명분이 없다는 점에서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5일 국회와 여야 정당에 따르면 국회 농해수위는 해운사의 공동행위를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해수부에 일임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을 심의 중이다. 개정안은 공정위가 지난 5월 한국과 동남아 노선 운임과 관련해 단합 혐의를 적용하고 과징금 8000억원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법안을 발의한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해운법에 따라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으나 공정거래법과 상충돼 법적 안정성이 불완전하다"며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에 적용되지 않음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운사들이 운임을 정하는데 있어 공동행위를 했으며 이를 관할 부처(해수부)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운업에서 허용하는 공동행위는 절차적인 요건과 내용상의 요건이 있어야 한다"며 "해운산업을 재건하겠다는데는 공감하지만 법을 지키면서 제도적인 환경 안에서 성숙한 해운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자료사진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자료사진
    첨예한 갈등에 양측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연말 물동량 증가를 앞두고 결론을 내는게 시급하지만, 강행돌파하기에는 짊어질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해운사들은 과징금 규모를 예상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으로 내년 선박 발주 계획도 미룬 상태다.

    농해수위의 경우 이미 일어난 단합행위에 대한 공정위 처분을 무력화하기 위해 개정안에 소급적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부담이다. 위헌소지가 있어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사위 한 여당 위원은 "부동산법 통과시키면서 소급입법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었다"며 "특히 해운법은 이해당사자들이 복잡해 심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 역시 국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과징금 부과를 강행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공정위는 당초 이달 중 과징금 부과를 결정하는 전원위원회를 열 방침이었지만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일치된 의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택할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했다.

    결국 청와대도 이 문제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청와대 인사가 직접 한국무역협회에 중재자로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부와 행정부 충돌에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 보다는 화주(貨主)들을 대표하는 무역협회가 조율하면 양측 다 납득할 것이라는 견해다.

    실제로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은 해운대란 속에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기업가 출신인 구 회장은 중소기업들이 수출화물을 실을 선박을 구하지 못하자 물류기업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지원에 나서게 했다. 무역협회가 본격 나선 7월 이후 해운사들이 운송을 지원한 중소기업만 148개로 실어나른 컨테이너 물량만 492TEU에 이른다. 비데를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주문이 폭증했지만 선박을 확보하지 못해 주차장까지 이용해 쌓아두고 있었는데 무역협회를 통해 SM상선과 연이 닿아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구 회장은 해운 마비가 우려됐던 HMM의 전면파업 위기 때도 막후 중재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구 회장은 LG그룹과 LS그룹 등 대기업은 물론 전경련,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며 재계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며 "해운사와 화주가 모두 납득가능한 중재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