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성장 관건 3분기 진단 온도차… IMF는 "4.3% 유지"지표는 외형상 양호한 흐름… 9월 카드승인액 8.8% 증가고용 67.1만명 증가… 60세 이상 견인 등 질적으론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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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거리.ⓒ연합뉴스
    정부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4차 대유행 여파로 대면서비스업 등의 불확실성이 4개월째 지속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경제동향에 대해 대면서비스업 부진 심화로 회복세가 둔화하고 세계 경제의 하방위험도 증대했다고 진단했다. 올해 4%대 경제성장률 달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목표 달성의 관건인 3분기 이후 경기 진단을 두고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간 분석에 온도 차가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대로(4.3%) 유지했다. 외형상으론 재정당국 분석에 손을 들어준 듯하다. 다만 정부가 제공한 고용지표 등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통계상 왜곡이 없잖아 체감 경기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 "그러나 대면서비스업 등의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와 공급망 차질 등으로 회복 속도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재정당국은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8개월 연속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다 지난 3월 실물경기 진단에서 '불확실성'이란 표현을 거둬들였다. 이후 내수와 관련해 '부진 완화' '개선 흐름' 등의 문구를 사용하다가 7월 들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5개월 만에 다시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4개월째 불확실성이 지속한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올해 11년 만에 4%대 성장률을 전망하고 3분기가 목표 달성의 관건이 될 거라고 밝혀온 가운데 3분기로 접어든 이후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 지속한다고 진단한 셈이다.

    재정당국의 이런 경기 인식은 앞선 KDI의 상황 판단과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KDI는 지난 7일 발간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과 방역조치 강화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대면서비스업 부진이 심화해 회복세가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KDI는 7~9월 우리 경제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한다'고 평가했는데 이달 들어 경기회복세가 '둔화했다'고 봤다.

    KDI는 또한 "세계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하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원자재 수급과 물류 불안으로 제조업 기업 심리도 위축했다"고 부연했다. KDI가 '하방위험'을 언급한 것은 4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에 비해 기재부는 경기에 대해 '불확실성 지속'으로만 표현해 KDI보다 긍정적으로 경기흐름을 진단했다. 다만 기재부는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과 함께 선제적 물가관리, 단계적 일상회복을 통한 민생회복 등에 주력하겠다고 밝혀 인플레이션 우려와 내수 위축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정부는 4%대 경제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앞선 분기보다 0.8%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7%여서 3·4분기 성장률이 0.6% 이상이면 4%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내수가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IMF는 지난 12일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0%에서 5.9%로 0.1%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 기존 전망(4.3%)을 유지했다. 대신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기존보다 0.1%p 낮춰잡았다.
  • ▲ 채용정보.ⓒ연합뉴스
    ▲ 채용정보.ⓒ연합뉴스
    이날 기재부가 언급한 참고자료들을 보면 관련 지표는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9월 카드 국내 승인액은 1년 전보다 8.8% 늘었다. 8개월 연속 증가세다. 백화점 매출액은 21.9% 늘었다. 8개월째 증가했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집콕' 영향으로 온라인 매출액도 16.8% 늘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03.8로 전월(102.5)보다 1.3p 올랐다.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1년 전보다 28.5% 증가했다. 4월(276.3%) 이후 급격히 감소하다 반등했다.

    반면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33.3% 감소했다.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할인점 매출액도 9.5% 줄었다. 2개월 연속 감소했다.

    9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7만1000명 증가했다.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실업률은 2.7%로 0.9%p 내렸다. 다만 고용의 질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고용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624만6000명으로 1년 새 65만3000명이 늘었다. 전체 취업자의 23%가 '단기 근로자'라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9월(14%)과 비교하면 9%p나 증가했다. 일주일에 1~17시간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는 220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34만명이 늘었다.

    직업군별로는 단순노무 종사자가 17만명으로, 증가한 취업자 4명 중 1명에 해당했다.

    업종별로는 정부 재원이 많이 투입되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28만명이 늘어난 반면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에선 3만7000명이 줄었다.

    특히 자영업은 붕괴 위기다.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52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만6000명 줄었다. 자영업자 취업자 비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8년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2만6000명 감소했다. 3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나이별로는 30대가 1만2000명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에서 32만3000명이 늘어 대조를 이뤘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은 전체 증가분의 48%를 차지했다.

    소비자물가는 불안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 등으로 지난해보다 2.5% 올랐다. 2%대 상승률이 지난 4월(2.3%) 이후 6개월째 이어졌다.

    금융시장은 세계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전망 등으로 주가는 내리고 국고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