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유 고공행진… 1년새 2배 급등장기대선 등으로 손실 최소화 전략해상운임으로 상쇄중… 장기화시 타격
  • ▲ 독일 함부르크항에 정박 중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Gdansk)호ⓒHMM
    ▲ 독일 함부르크항에 정박 중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그단스크(Gdansk)호ⓒHMM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HMM이 유가 상승이란 악재에 부딪혔다. 임금보다 선박 연료비가 더 많은 해운업 특성상 장기적인 유가 상승은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9일 해외 선물거래소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 중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지난 8월 62달러에서 꾸준히 올라 이달 11일 80달러를 돌파했다. 영국 북해 브렌트유 선물가 역시 지난 15일 84.86달러로 2014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불과 1년새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유가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증산 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급등한 석탄값에 공장까지 멈춰섰다. 댄 브루예트 미국 전 에너지 장관은 "겨울이 다가올수록 에너지 수요는 늘어날 것이며 유가는 100달러를 쉽게 넘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치솟는 유가는 해운업계에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통상 전체 매출의 20%가 연료비로 지출된다. 컨테이너선에 주로 쓰는 벙커C유는 연비도 나빠 하루 평균 100~200톤을 소모할 정도다.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HMM은 지난해 연료비로 5000억원을 썼는데 올해는 반년만에 4200억원을 부담했다. 벙커C유 가격은 지난해 메트릭톤(MT)당 263달러였는데 올 상반기에는 380달러로 치솟았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료비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항의 대기 시간도 계속 늘고 있어 유류비는 더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미주 서부 LA·롱비치항 컨테이너선 대기 척수는 70척 이상 쌓여있다. 선박들은 수만개 컨테이너를 싣고 평균 열흘 가량 대기해야 하역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가 상승은 석유를 운반하는 탱커선이나 석탄을 싣는 벌크선을 운용하는 선사에게는 호재로 평가된다. 에너지 원자재 값이 오르만큼 운임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벌크선과 탱커선 운임동향을 나타내는 BDI·BDTI 지수는 각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하지만 HMM의 경우 매출의 93.15%가 컨테이너선에서 나오는 구조로 벌크선 비중은 5.43%에 불과하다.

    HMM은 운영 중인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5척으로 GS칼텍스 등에 원유를 실어나르고 있다. 회사는 VLCC 5척 중 4척의 장기계약을 유지하면서 전략 화주를 대상으로 스팟운송 영업으로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HMM 관계자는 "원유나 석탄 운송은 장기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큰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컨테이너선 연료도 항구마다 정기 계약을 맺고 저렴한 항구에서 급유하는 등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현재 높은 컨테이너운임이 지속되는 만큼 연료비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지만, 운임이 하락하고 유가는 계속 상승할 경우 타격이 커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지나치게 오른 운임상승세를 조정하는 가운데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 다소 타격이 예상된다"면서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의 운임추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충분히 상쇄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