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차공모 거쳐 윤곽…SR 이달·코레일 내달 선임 예상코로나19 적자개선·안전관리·통합논의 등 현안 산적전문가 "현장 이해도·철도시스템 아는 인재 필요"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철도업계가 뒤숭숭하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장기화로 적자운영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올해 안으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통합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특히 산적한 현안을 풀어야 할 수장이 공백 상태나 다름없어 혼란을 가중하는 가운데 정권 말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코레일은 손병석 전 사장의 중도 하차, SR은 권태명 사장의 임기 만료로 새로운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코레일은 1차 공모에서 후보자 추천 배수를 채우지 못해 지난달 24일까지 재공모를 진행한 뒤 임원추천위원회를 앞둔 상황이다. 1차 공모에는 사장직무대행인 정왕국 부사장과 나희승 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안전연구팀장 등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SR은 3차 공모 끝에 박규한 안전본부장, 강재홍 전 한국교통연구원장, 김기환 전 철도기술연구원장, 이종국 전 부산교통공사 사장, 한공식 전 국회사무처 입법차장 등 5명의 명단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제출된 상태다. SR 사장은 이르면 이달 말, 코레일 사장은 다음 달쯤 선임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철도업계에선 정권 말 낙하산 인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적자운영 개선과 안전관리 강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있는 상황에서 철도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낙하산 인사가 오면 현안 해결보다는 보신주의에 급급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얼핏 보면 (지원자 중) 연구원장 출신이 많아 전문성 시비에서 빗겨 난 듯 보일 수 있지만, 연구파트는 (전문성이) 편향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현 정권의) 코드인사에 해당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철도운영은 특성상 신호·전기·관제·차량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알아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연구·지원이 더 필요한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데 단순히 연구원장 타이틀만 가지고는 우려를 불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국토부는 올해 안에 코레일과 SR 통합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태도다. 강희업 국토부 철도국장은 지난 12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코레일과 SR 통합은 경쟁체제와 중복비용에서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며 "전문가와 노조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논의 중인 만큼 4차 철도산업기본계획을 통해 연내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철도업계에선 통합 논의 결과가 직원들에게 미칠 영향이 적잖은 만큼 안정적인 철도운영을 위해선 조직에 대한 이해와 식견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견해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악화한 경영수지 개선은 물론 중대재해법 제정과 맞물린 안전문제, 철도통합 이슈 등 철도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없이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했다"며 "대선이 5개월여 남은 정권 말에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면 이런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철도분야 한 교수는 "외부인이라도 철도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미래 방향성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상관없다"면서 "다만 (코레일 등에 대한 정치권과 국토부의) 역대 낙하산 인사를 보면 소위 사장의 그릇이 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권의 눈치만 살피며 권한만 행사할 뿐 책임을 지지 않으니) 업계에서 초등학생을 앉혀놔도 할 거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철도는 딜레마에 빠졌다. 발전방향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장이라면 틀린 것에 대해선 책임을 지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수도 있어야 한다. 낙하산 대신 현장을 이해하는 소신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