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고도 도달막판 3단부 속도 못내"절반의 성공"… 내년 5월 재도전
  • ▲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된 누리호ⓒ강민석 사진기자
    ▲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된 누리호ⓒ강민석 사진기자
    "한걸음 남았다."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발사 전 과정을 성공했지만,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부통신부 장관은 이날 발사 후 브리핑에서 "누리호의 전 비행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했다"면서도 "목표 고도인 700km에 도달했으나 모사체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데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임 장관은 "목표속도 7.5km/s에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는 못했다"며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이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에 종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장관은 "금일 발사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독자개발 기술로 첫 비행 실험으로서 주요 발사단계를 모두 이행했다"며 "핵심기술을 확보했음을 확인하는 의의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1톤 이상 탑재물을 운반할 수 있는 실용급 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7번째 국가에 오르는 과제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한국은 2010년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발사체 기술개발 자립을 목표로 세운 뒤 11년간 1조9572억원을 투입해 왔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3시35분 연료탱크 충전을 완료 후 4시24반 발사체 기립 장치를 철수했다. 발사 10분 전인 4시50분부터는 발사자동운용(PLO)을 가동한 뒤 이륙했다.

    75톤 엔진 4개가 장착된 1단 추진체는 발사 후 2분이 지난 뒤 분리됐다. 다시 2분 뒤 발사체 상단 위성모사체를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이 분리됐고, 2단 엔진이 정지됐다.

    3단 엔진으로 고도 500km를 돌파한 누리호는 5시12분 3단 엔진 정지가 확인됐고 3분 뒤 위성모사체가 정상 분리됐다.

    누리호는 엔진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전 과정을 우리 기술로 개발했다.

    75톤 액체로켓엔진은 에어로스페이, 시스템, 디펜스 등 한화 방산계열사들이 참여했다. 또 누리호 지상 발사대와 전기 설비인 엄빌리칼(umbilical) 제작은 현대중공업이 맡았다. 누리호의 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총괄했다. 37만개 부품으로 구성된 누리호 개발에 동참한 국내 기업은 300여곳에 달한다.

    이날 발사 현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찾아 개발 관계자들과 참관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기술로 국가 간 이전이 불가능한 고난이도 기술을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은 자긍심을 가질만한 일"이라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함께 개발에 참여해 국내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 1차 발사 성공에 이어 내년 5월 2차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2027년까지 4차례의 추가 발사를 통해 신뢰도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