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내년 4월…휘발유 ℓ당 164원↓·경유 116원↓시중가 반영 늦고 국제유가 오르면 효과 반감…정유사만 배불린다 지적도與 "체감시간 최대한 단축해야"… 부처·소비자단체 감시체계 가동政 "공공요금 연말까지 동결"… LNG할당관세도 없애 가스료 인상 억제
  • ▲ 유가 고공행진.ⓒ연합뉴스
    ▲ 유가 고공행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다음 달 12일부터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20% 내리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 결정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정이 서민 물가 안정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다만 유통·판매구조상 주유소 기름값이 내릴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면 효과가 반감할 수 있어 체감정도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6일 국회에서 '물가대책 관련 당정협의'를 열고 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내리기로 했다. 인하 폭은 역대 최대인 20%다. 정부는 지난 2008년과 2018~2019년 고유가 상황에서 유류세를 내린 적 있다. 당시 인하율은 각각 7·10·15%였다. 법에서 정한 유류세 인하율 한도는 30%다.

    20% 인하율을 적용하면 휘발유는 ℓ당 164원, 경유는 116원, LPG부탄은 40원이 내려간다. 휘발유 차량의 경우 하루 40㎞를 운행한다면 월 2만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6개월간 유류세 인하로 정부 세수는 총 2조5000억원쯤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리기로 한 유류세는 엄밀히 말해 교통세를 말한다. 교통세에 붙는 교육세(교통세의 15%)와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가치세(10%)를 뭉뚱그려 유류세로 부른다.

    정부는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한 할당 관세율도 현재 2%에서 0%로 추가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는 LNG 수입에 기본 3% 관세를 매기지만, 통상 겨울철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2%의 할당관세를 적용해왔다. 고물가 지속에 이를 더 내려 한국가스공사의 LNG 도입가격을 낮춤으로써 소비자 가스요금 인상 압력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할당관세는 일정 물량의 수입품에 대해 일정 기간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대표적인 게 달걀이다.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이 밥상물가 상승을 견인하자 지난 6월 농·축·수산물 가격안정 조치를 발표하며 달걀 수입물량을 5000만개 플러스알파(+α)로 늘리고, 달걀과 7종류의 달걀가공품에 붙는 할당관세를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와 LNG 할당관세 인하는 모두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도 국무회의에서 절차를 밟아 추진할 수 있다.
  • ▲ 당정협의.ⓒ연합뉴스
    ▲ 당정협의.ⓒ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선 서민이 유류세 인하를 체감하는 데 적잖은 변수가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인하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 현재 국제유가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배럴당 80달러대 초반을 기록 중이다. 일각에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앞으로 몇 달간 추가 석유 수요가 하루 최대 5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려도 주유소에서 기름값 인하를 체감할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문제다. 유류세 인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정유사가 재고 물량을 소진한 뒤에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가격 인하를 체감하는 시점은 인하 이후 1~2주쯤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간 사업자인 주유소 업체가 유류세 인하분을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정유사나 주유소가 인하분을 미리 가격에 반영할 경우 체감 효과가 더 떨어질 거라고 우려한다. 유류세 인하가 정유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밖에도 물가관리에 실패한 정부와 여당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잖다. 당정은 이날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서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뜻을 모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휘발유 가격이 7년 만에 가장 높은 1700원 중반대를 기록하는 등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모습으로, 우리는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긴 하나 민생과 직결하는 생활 안정이란 면에서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당측에서 유류세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줘 오늘 유류세·LNG 할당관세를 일정 기간 내리는 방안을 (대책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정부 검토안은 이전 최대 인하율이었던 15%였으나 당정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당의 20%안을 수용했다"며 "당에서 세게 말했다"고 전했다.

    송영길 대표는 "유류세를 유의미하게 조정하고 국민이 체감할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체감까지 최대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세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류세 인하 직후 즉각 인하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관계부처와 소비자단체 합동으로 감시 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공공요금은 연말까지 동결을 원칙으로 하고 달걀·육류 등 농·축·수산물은 수급관리와 할인행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