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개최되지만… 정족수 부족 부결 전망이사회 교체 실패, 매각 금지에 경영공백 장기화 세무조사 착수에 홍 회장 일가 리스크 부각될 수도
  •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뉴데일리DB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뉴데일리DB
    남양유업이 새로운 이사회 구성을 위해 추진한 주주총회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수세에 몰렸다. 지난달 1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남양유업 매각 계약을 해제한 이후 새로운 인수자를 찾겠다는 그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원에 의해 매각 중지 가처분,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이 잇따라 내려지면서 매각은커녕 당장 이사회 구성도 하지 못하는 사면초가에 놓였다는 평가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임시 주주총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번 주총 개최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법원에서 한앤코가 제기한 홍 회장 일가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홍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지분율은 53.08%에 달한다. 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금지되면 주총 모든 의안은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될 수밖에 없다. 이로서 홍 회장의 새로운 이사회의 구성은 좌초된 상태다.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홍 회장이나 사의를 밝힌 이광범 남양유업 사장이 후임자를 찾지 못해 여전히 회장, 대표이사를 맡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남양유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이미 사의를 밝힌 이들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는 홍 회장과 이 대표, 홍 회장의 아들인 홍진석 상무와 모친인 지속죽 고문이다.

    홍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불려나간 이후 “출근은 하고 있지만 매각을 추진하고 있을 뿐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홍 회장이 남양유업을 사들일 다른 인수 후보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한앤코는 앞선 8월에도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홍 회장은 남양유업을 팔지도, 새로운 이사회를 추진할 마땅한 방법도 찾을 수 없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한앤코의 가처분신청은 본안소송인 주식양도 소송이 마무리 돼야 종료될 수 있다. 남양유업의 경영권이 걸린 수천억원대 소송이다 보니 1심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질 경우 길게는 수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본격화된 세무조사가 변수가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친다. 국세청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와 서울 영업소에 직원을 보내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진행하는 특별 세무조사로 전해진다.

    구체적 조사 대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불가리스 사태’나 홍 회장의 장남인 홍상무의 회삿돈 유용 의혹 등이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남양유업은 다시 한번 오너리스크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매각 철회에 따른 소송의 여파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도권을 가진 홍 회장이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소송을 기다리며 버틸지도 아직은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