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6개월만에 0.2%p 올려… OECD·무디스 4.0% 전망과 동일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악재에도 민간소비 기지개 등 반영금리인상 '속도조절론' 강조… "가파른 인상은 경기 회복에 찬물"내년 3.0% 성장 '둔화'… "내년까지도 기존 성장경로를 밑돌 것"올해 취업자 수 36만명 증가… 소비자물가 올 2.3%→내년 1.7%
  • 경제 성장.ⓒ연합뉴스
    ▲ 경제 성장.ⓒ연합뉴스
    한국개발원(KDI)이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2%포인트(p) 올린 4.0%로 고쳐 전망했다. 정부 전망치(4.2%)보다 여전히 낮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4%대 성장에 '턱걸이'한 셈이다.

    이번 수정전망은 연내 1차례 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를 것을 염두에 둔 성장률 상향이다. 최근 KDI는 금리 인상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했다. 빠른 금리 인상이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이후 이어져 온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성장률은 3.0%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내년엔 성장세가 한풀 꺾일 거로 봤다. 정부는 빠른 회복세를 강조하지만, KDI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기존 성장경로를 밑돌 거라는 전망을 고수했다.

    KDI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올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간했다. KDI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4.0%로 수정 전망했다. 앞선 5월엔 성장률을 3.8%로 제시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말미암아 3분기 GDP 증가가 앞선 분기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백신 접종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따른 민간소비 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KDI는 그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의 경우 반도체의 높은 증가세에도 부품수급 차질에 따른 자동차의 부진으로 상품수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총수출은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증가했으나 하반기에는 4.5% 증가에 그칠 거로 분석했다. 상품수출도 상반기 14.4% 증가에서 하반기 3.4%로 크게 둔화할 거로 봤다. 설비투자도 상반기 12.6%에서 하반기 5.6%로 위축될 거로 내다봤다.

    반면 민간소비는 상반기 2.4%에서 하반기 4.5%로 활기를 띠며 올해 3.5% 늘어날 거로 예상했다. 총소비 증가율은 3.9%로 제시했다. KDI는 앞선 5월 전망에선 민간소비와 총소비가 각각 2.5% 늘 것으로 봤다. 소비는 내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거로 예측했다. 내년 민간소비는 3.9%, 총소비는 4.2% 각각 늘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상반기 1.8%, 하반기 2.7%로 올해 2.3%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물가가 2%를 넘으면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2% 올라 2012년 1월(3.3%) 이후 9년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2%대 이상 상승률은 지난 4월(2.3%) 이후 일곱달째 이어졌다.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11개월 연속 2% 이상을 기록한 이후 최장 기록이다. 애초 정부는 올 2분기 기저효과로 물가가 2%를 일시적으로 웃돌겠으나 연간으로는 물가안정목표(2%)를 웃돌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했었다. 정부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다만 KDI는 근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을 고려할 때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을 1.7%로 올해보다 0.6%p 내려잡았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잿값 상승의 영향이 내년 중반 이후 점차 소멸할 거로 판단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9월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주요 20개국(G20)은 3.9%, 한국은 1.8%로 기존보다 각각 0.5%p, 0.4%p 올려잡으며 "(글로벌) 소비자물가가 내년 4분기 정점을 찍은 후 공급 능력이 향상되면서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OECD보다 내년 물가 상승률이 다소 일찍 진정될 거로 본 셈이다.

    취업자 수는 36만명 증가할 거로 추산했다. 상반기 12만명 증가에서 하반기 60만명으로 증가 폭이 커질 거로 전망했다. 반대로 실업률은 상반기 4.5%에서 하반기 3.0%로 내려가면서 올해 3.7% 수준을 보일 거로 분석했다.

    KDI는 대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고 봤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세계경제 회복세 약화, 원자잿값 상승, 물류 차질 등은 수출과 투자 회복을 제약할 거로 분석했다. KDI는 우리 경제가 제조업에서 대외 위험요인이 확대됨에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진행될 거로 판단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던 제조업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이 지속하며 당분간 성장세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경상수지는 912억 달러, 상품수지는 786억 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 금리 인상.ⓒ연합뉴스
    ▲ 금리 인상.ⓒ연합뉴스
    KDI의 올해 성장률은 한은이 이달 말 이후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지난 4일 내놓은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고(高)부채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3분기(9개월)에 걸쳐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p 낮아진다고 발표했다. 빚이 많을수록 경제가 받는 충격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고부채는 경제성장률(실질 GDP 증가율)보다 민간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상태를 말한다. KDI는 현재를 고부채 국면이라고 봤다.

    KDI는 이날 경제전망에서도 경기 회복과 물가상승세를 고려해 통화정책의 완화적인 기조를 정상화하되,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지나치게 제약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확산과 공급망 교란 등으로 아직 경기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하므로 경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감안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을 다시 언급한 것이다.

    KDI는 최근의 고물가 상황과 관련해선, 일시적인 공급측 요인에 따른 물가상승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면 경기 하방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KDI는 근거로 아직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를 밑돌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KDI는 금융정책과 관련해선 최근 민간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세도 빨라서 금융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민간부채의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민간신용은 장기 추세 대비 18.5%p 증가했는데,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추세치 대비 증가 폭이 10%p 이상이면 신용위기 가능성 측면에서 '경보' 수준이라는 것이다. 다만 KDI는 가계대출 총량을 단기간에 빠르게 줄이기보다는 중장기 부채관리계획을 마련하고 자본규제를 강화해 점진적으로 가계대출 안정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5~6%, 내년 4~5% 이내로 묶기로 했으나 목표치가 최근 실제 증가율보다 크게 낮고, 총량규제 시행이 사전에 충분히 소통되지 않아 일부 수요자 피해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직접적인 총량 규제보다는 대출을 늘리며 자본을 추가 적립하도록 요구하는 등 위기대응여력을 강화해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부채 조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KDI는 덧붙였다.

    KDI는 기업대출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업신용은 가계신용보다 규모가 큰 데다 코로나19 이후 GDP 대비 10%p나 빠르게 증가해 여신건전성이 더 낮은 상태라고 경고했다.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 한미 기준금리 추이.ⓒ연합뉴스
    KDI는 내년에는 경제성장률이 3.0%로 올해보다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거로 전망했다. 다만 성장률 자체는 앞선 5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은 증가세가 올해보다 크게 꺾여 3.2% 증가(상품수출 2.6%)에 그칠 거로 봤다. 투자는 올해 3.3% 증가에서 내년 2.8%로 증가세가 0.5%p 둔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3.2%와 3.3%로 올해보다 각각 5.9%p, 0.7%p 줄고 건설투자만 2.4%로 올해(-0.5%)보다 2.9%p 늘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취업자 수는 30만명 증가하고, 실업률은 3.7%로 올해 수준을 유지할 거로 봤다.

    경상수지는 651억 달러 흑자로 올해보다 261억 달러 감소할 거로 전망했다.

    KDI는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기존 성장경로를 하회할 것으로 판단했다. KDI 허진욱 연구위원은 "올해는 지난해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오르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잠재성장률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3년간 평균 2.0~2.1%쯤 성장세를 보일 거로 보인다. 이는 여전히 기존 성장경로 수준에 못 미치는 성장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4일 내놓은 글로벌 매크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4.0%, 내년 3.2%로 각각 전망했다. 앞선 8월 전망을 그래도 유지했다. G20은 올해 5.8%, 내년 4.4%로 내다봤다. 올해 전망치는 8월보다 0.4%p 낮춰잡고, 내년 전망치는 유지했다.